“개발도상국과 산유국 등 신규 병원시장 수요는 3000억 달러를 넘습니다. 이것은 반도체보다 큰 시장으로 의료산업의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 최초의 벤처회사로 삼성에 인수된 ‘메디슨’ 창업자이자 ‘기업호민관’으로 잘 알려진 벤처 1세대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가 ‘디지털병원’ 수출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형 디지털병원’의 시스템을 통째로 세계에 수출하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새로운 구상은 2000년 메디슨 설립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료산업은 본질적으로 매우 보수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어 신규 진입이 어렵고 선진국의 과점체제가 견고하다. 이런 이유로 그는 10년 전부터 병원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하는 산업화를 제시한 것이다.
이 교수는 “세계 의료시장이 5조 달러 규모인데 한국시장 규모는 세계시장의 1~2%다”라면서 “개발도상국에 병원을 수출함으로써 5%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발도상국이나 중동권 신흥 자원국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것 뿐이라고 말했다. 국토가 넓어 전문의를 만나기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고 훈련받은 전문의들도 시골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국가적 사업이 된 ‘유헬스케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것도 이 교수다. 그는 고령화와 건강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이 유헬스케어라고 확신했다.
“지금의 의료시스템으로는 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수 없습니다. 고혈압,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자들을 관리하는 비용을 현 상태에서 감당하는 것은 벅찹니다.”
유헬스를 가로막고 있는 국내 규제에 대해서 이 교수는 “전 세계가 다 가는 길인데 한국만 막을 수 있나”라며 “진입장벽은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규제는 소수 집단에게 좋고 다수 국민은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규제가 해소돼야 함을 역설했다.
유헬스는 직접 심전도 검사, 혈당검사를 하러 병원에 가지 않아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의사들 전체 수입은 줄어들 수 있다.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국가의 리더십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만약 10조원의 편익이 난다고 하면 그 중 상당부분은 의사들한테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해 줄 수 있는 정책적인 시스템이 있어야 의사들이 동참할 것 입니다.”
그는 1차 의료기관인 동네병원에 원격의료 수가를 높게 주고 3차 병원에 주지 않으면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있고 갈등을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이 교수는 사회 양극화 등 한국 사회에 닥친 위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사회 통합이 안 된 상태에서는 국민 소득 3만달러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모든 사람이 혁신에 도전하고, 실패해도 재도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쓴 역사책과 자서전을 친필사인과 함께 선물한 그는 왜 이렇게 늘 어려운 길을 가냐는 질문에 “혁신이라는게 늘 어려운 길이죠. 쉬운 길 같으면 누구나 했겠지.”라고 답하며 미소를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