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진 국내 은행의 금융지주사가 출현한지 어느 듯 10여년이 흘렀다. 2000년 12월 금융회사지주법이 제정된 후 2001년 4월 우리금융그룹이 첫 지주사로 출범했다. 같은 해 9월 신한금융지주가 탄생했다. 2003년 은행이 보험을 팔 수 있는 방카슈랑스 제도를 정부가 도입해 은행계 금융그룹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은행이 펀드를 팔 수 있도록 해 금융지주사 출범 붐을 일으켰다.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KDB금융지주, NH농협금융그룹까지. 시중은행들은 11년간 잇달아 금융지주사로 출범을 완료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자의반 타의반으로 금융지주체제가 행해졌다. 금융지주사는 내부통합의 진통을 극복하며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성장을 해왔다. 은행간 M&A를 통해 금융지주사는 대형화됐지만 글로벌 투자은행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출현은 아직까지 요원하다. 여러 논란 속에 좌절됐지만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정부는 현재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자체 민영화를 두고 저울질 하고 있는 입장이다. 매각 시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한 금융지주사는 메가뱅크로 탄생할 수 있다.
금융지주사 출범은 은행들의 경쟁력 강화와 외형성장,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금융지주사들이 은행 편중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과 국내 시장 의존도가 97%를 웃도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각 금융지주사는 동남아를 거점으로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또 정부가 민영화를 위해 산은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그룹을 출범시켰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진행이 활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금융지주사들이 비은행부문 확대를 통한 수익구조 다변화와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를 핵심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부문에 치중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지주회사체제를 통한 은행부문의 수익성 개선효과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신한금융그룹을 제외한 대부분 금융지주사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은행자회사의 ROA보다 낮은 수준이다. 비은행 계열사의 자산규모 한계로 인해 수익기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밖에 금융지주사 중 KDB금융그룹과 NH농협금융그룹이 정부의 민영화에 올인하고 있지만 정치권과 이해관계인들의 반대로 곤혹을 겪고 있다. 현 정부에서 좌절된 민영화가 다음 정권에선 성공할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