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에 외상매출금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중국 상장기업의 66%가 외상매출금이 전년보다 늘어났다고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S&P캐피털IQ 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7%대로 지난 19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과 인프라·철강·석탄·시멘트·기계 등 지난 수년간 투자를 확대했지만 외상매출 관행이 성행한 업종이 현재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세계 9위 건설기계업체인 싼이중공업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외상매출금이 210억 위안(약 3조6000억원)으로 올 초보다 83%나 늘었다.
싼이중공업은 “거시경제 환경의 악화로 외상매출금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건설기계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 2위 업체 중롄중커의 외상매출금은 올 초 대비 69%, 상하이 소재 포스트트랙터는 169% 각각 급증했다.
철강과 석탄업체들은 경기둔화로 수요가 줄어들었음에도 감산에 소극적이어서 외상이 늘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철강업체 바오스틸의 외상매출금은 올어 52%, 중국 최대 구리 생산업체 장시구리는 66% 각각 증가했다.
중국석탄협회는 지난 7월 조사에서 석탄업체 외상매출금이 총 195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48.7%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조사기관 게이브칼드래고노믹스의 자넷 장 이코노미스트는 “일부 기업은 감산을 꺼려해 바이어들이 대금을 지불할 능력이 되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생산하고 제품을 외상으로 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요가 급감하자 생산을 줄인 것과 대조된다”고 덧붙였다.
프레드릭 노이먼 HSB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인프라 프로젝트 승인 등 하반기에 경기부양책을 펼쳐 경제가 다시 성장세를 찾아야 외상매출 문제가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 대출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외상매출금 급증과 더불어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연쇄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대와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밀집해 있는 양쯔강 삼각주 지역에서 기업 경영자의 30% 이상이 외상매출금 증가로 피해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