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익 감소폭이 예상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수익에서 다시 반 토막이 날 가능성도 커졌다. 솔직히 이런 침체에서 인적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건 억지가 아니다.”(A금융지주 고위 관계자)
금융회사들의 실적 악화가 인적 구조조정으로 연결될 조짐이 일고 있다. 저금리·저성장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가장 손쉬운 비용절감 방안인 명예퇴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미 한국씨티은행이 노조 측에 희망퇴직 협조안을 제시했다. 올해 말까지 주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명예퇴직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구체적인 규모나 시기 등은 모르나 금융지주회사가 일제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은행권은 급여를 줄이는 방안의 하나로 직원들의 연차 휴가를 강제로 사용토록 하는 등 경영환경이 심각하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부터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착수한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체율 상승과 대출자산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대내외적인 요인들로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추가적인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금융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약 3000명 이상이 명예퇴직을 시행했다. 올 3분기 순익이 지난해에 비해 29%포인트 급감한 신한은행은 올 1월 236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9월 378명으로부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마다 내년에 지점 설립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인다는 방침을 정한 터라 연말을 고비로 어떤 형태로든 인력구조 조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수익성 악화에 비상이 걸린 보험·카드업계도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올해 불황에도 인력을 줄이지 않기로 하면서 한 발 비켜 가는 모양새다.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다른 금융 계열사들도 인력을 동결하거나 감축 범위를 최소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경영환경을 염두에 뒀을 때 업계 전반으로 큰 규모는 아니지만 퇴직 인원을 소폭으로 제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