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21일(현지시간) 정전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8일간의 교전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 등 주변 정세는 달라진게 없어 정전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동의 민주화 물결 이른바‘아랍의 봄’이란 거대한 흐름이 양측의 결사항전을 일으킨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랍의 봄이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에 민주화 바람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무장단체들이 활개칠 빌미를 제공하며 세계의 안전보장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다양한 세력에게 활동의 자유를 허용하면서 새로운 정권에 대한 도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안정돼 있던 체제의 질서마저도 위협하는 결과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의 봄으로 이스라엘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이스라엘은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이 무너지면서 운신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 모하메드 무르시 현 대통령은 이슬람형제단 출신인 만큼 무바라크 정권과 달리 하마스에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1979년 체결한 이집트-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에 균열이 일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태다.
이스라엘은 터키와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다. 2010년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로 향하던 터키 선박에 공격을 가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에는 줄곧 냉기류가 흘렀다.
이런 상황에서 복잡한 역사와 영토 문제가 뒤얽힌 팔레스타인과의 갈등과 여기에 이란 핵 문제까지 끼어들면서 상황은 더 복잡하게 됐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공격한 것은 이란과의 전쟁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개발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 핵 개발을 계속할 경우 공격을 가하겠다고 누차 경고해왔다.
이런 가운데 하마스가 사용하는 무기가 이란에서 흘러나왔을 것이라는 의혹은 이스라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터. 이스라엘과 이란이 실제로 전쟁을 벌일 경우 하마스는 이란 편에 서게 되고 이란의 후원으로 결성된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까지 가세하면 이스라엘은 한층 궁지에 몰리게 된다.
우려되는 것은 중동의 화약고가 이처럼 일촉즉발의 위기에 놓여 있음에도 이를 진화할 소방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국제사회가 중재에 나섰지만 정작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정전을 이끌어낸 것은 이집트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에 외교 채널을 가진 이집트가 중재를 주도하고 미국이 지지하는 형태로 정전이 성립된 것이다.
하지만 이집트의 새정권 역시 혼란의 소용돌이의 한 복판에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정전 협정이 깨질 경우 또 이집트가 해결사로 나서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이야기다.
세계 평화유지군을 자처해온 미국은 현재 ‘재정절벽’이라는 발등의 불을 끄기에 여념이 없을 뿐더러 다른 주요국들도 위기에 빠진 자국 경제 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자칫하면 피의 대가로 얻은 아랍의 봄이 국제사회의 무관심으로 인해 무위로 돌아갈 수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