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후방에는 GOP가 있다. 상설 주력부대가 본격적인 전쟁준비를 할 수 있도록 GP와 함께 1차 저지선 역할을 한다. GP와 GOP는 소대 규모의 전투력에 불과하지만 철통같은 전방사수는 국방력을 나타내주는 바로미터와 같다.
최근 LG그룹으로 시작한 주요그룹들의 인사내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GP 그리고 GOP와 유사한 특징을 나타냈다.
현재까지 이뤄진 삼성, LG, LS, 신세계, 코오롱 그룹 등의 인사내용을 살펴보면 ‘G’, ‘O’, ‘P’라는 알파벳으로 특정지어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여성임원의 중용이 두드러지면서 ‘유리천장(Glass ceiling)’의 장벽이 많이 붕괴됐다.
국내 최대통신기업 KT는 창사 이래 최초로 홍보총괄 임원에 MBC기자와 청와대 대변인을 거친 김은혜(41) 전무를 발탁했다.
또 향후 KT의 먹거리를 책임질 신사업 총괄에도 여성 임원인 오세현(49) 전무가 선임됐다. 오 전무는 이미 LG CNS와 IBM 등 굴지의 ICT기업을 두루 거친 ICT 전문가로 꼽힌다.
KT 관계자는 “ 새로운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기 위해 보다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여성임원들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도 지난달 30일 단행한 인사를 통해 코오롱 워터앤에너지 대표이사로 이수영 부사장을 승진과 함께 선임, 창사 이래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했다.
주요그룹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인사를 단행한 LG그룹에서도 이정애(49) LG생활건강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는 등 여성 임원 4명이 새롭게 배출됐다.
또 ‘세대교체(Generational shift)’도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의 ‘복심’으로 불리며 지주회사 체체 전환 이후 오늘날 LG그룹 성장에 절대적 기여를 한 강유식 (주)LG부회장과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2선으로 물러났다. 조준호 (주)LG 사장을 중심으로 한 ‘포스트 구본무’ 시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을 시작한 셈이다.
아울러 위기경영 극복을 위해 재계는 ‘오너십(Ownership) 강화’를 선택했다. 재계 최대 관심사였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재용 씨는 올해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후계구도를 확립했다.
LS그룹은 지난달 2대 회장으로 구자열 LS전선 회장을 선임키로 하는 등 ‘사촌경영’을 강화했다. GS그룹도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 회장에 허창수 GS그룹 회장 동생인 허진수 부회장을 선임, 허씨 일가 3·4세들이 중책을 맡으며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악화될수록 오너 일가의 책임감이 수반된 경영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는 ‘성과주의(Performance)’와 ‘홍보(Public Relation)’인력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은 지난 7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485명의 임원 승진자를 발표했다. 지난해(501명)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승진 연한을 뛰어넘은 발탁인사가 74명으로 역대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LG전자에서도 HA사업본부장으로 새롭게 선임된 조성진 사장은 고졸이라는 약점을 딛고 노력과 실력을 통해 국내 대표기업의 사장에 올랐다.
구본무 회장은 올 하반기부터 공식석상에서 “임원인사에 철저하게 성과주의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신상필벌’을 강조해왔다.
아울러 각 그룹의 ‘입’으로 불리는 홍보인력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삼성그룹은 그룹 홍보업무를 이끌던 쌍두마차 이인용 부사장과 임대기 부사장을 모두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그룹도 (주)LG, LG전자, LG화학의 유 원 상무, 전명우 상무, 조갑호 상무 등 홍보담당 임원들을 모두 전무로 승진시켰다.
이외에도 GS그룹 여은주 상무, 코오롱그룹의 김승일 상무, 현대중공업 김문현 상무 등 각 그룹의 대외홍보를 총괄하는 임원들이 대거 전무로 승진하는 등 대외 홍보맨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재계 관계자들은 “내년은 대내외 경영환경이 예상보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 단기적 성과창출과 함께 장기적 관점의 경영계획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며 “또 재벌개혁 요구와 대기업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 국민 등 외부와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홍보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어 “결국 ‘생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을 펼치기 위한 연말 인사가 최전방의 GOP 강화와 비슷한 맥락이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