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의 대중문화읽기]한류 컨텐츠 저작권보호 시급? 그 문제의 핵심은?

입력 2013-01-16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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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최근 거의 모든 TV와 언론은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보니 케이팝 스타를 그대로 따라하는 이른바 '짝퉁 한류'가 아시아에서 판을 치고 있다.”는 내용을 앞 다투어 보도하였다. 내용은 캄보디아 최고 인기 가수가 그의 공연에서 2PM의 하트비트'의 손동작과 춤의 대형이 유사하고 또한 남녀가 함께 춤을 추는 것과 춤의 진행 방식은 빅뱅 태양의 '아이 니드어 걸'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며, 그동안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지역에서 소녀시대, 카라, 2NE1, 빅뱅, 샤이니, 비스트등 인기 아이돌그룹을 모방하는 그룹들이 계속 있었으며, 최근에는 신진 남성 아이돌그룹인 B1A4의 짝퉁그룹이 중국에서 나타나기도 하였다.

한편 한국의 인기 걸그룹중의 하나인 애프터스쿨은 지난 2011년 10월 일본에서 두 번째 싱글 앨범 '디바(DIVA)'를 발표하고 '애프터스쿨 일본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앨범 재킷 사진을 공개하면서, 볼륨감과 각선미 몸매를 강조하는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곧바로 표절 논란이 제기되었는데, 덴마크 출신의 톱모델 프레야 베하의 화보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2010년 프레야 베하가 촬영한 화보 속 의상과 에프터 스쿨의 의상이 무척 흡사하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애프터스쿨은 이미 2010년도에 그들의 히트곡 '뱅'의 무대의상중 고적대 의상과 마칭밴드의 콘셉이 이탈리아 출신 DJ 알렉스 가우디노(Alex Gaudino)의 '데스티네이션 칼라브리아(Destination Calabria)' 뮤직비디오의 이미지와 유사하다는 의혹을 받은바 있다.

2012년 11월 소녀시대는 일본에서 두 번째 앨범 '소녀시대 2 걸즈 앤 피스'를 발매를 앞두고 네 장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바로 그 티저 포스터가 표절 논란에 휩싸였었다. 공개된 티저 사진에서 소녀시대는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저마다 개성을 뽐내며, 일본에서 ‘미각’이라고 일컬어지는 긴 다리를 강조하며 비행기 계단에서 매력적인 포즈를 취하는 이 포스터는 미국 항공사의 광고 사진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보도되었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비행기 계단에서 포즈를 취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은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가 1971년 승무원들을 내세워 찍은 광고 포스터와 비슷하다는 것이며, 소녀시대 멤버들이 비행기 날개 위에서 찍은 사진은 1962년 미국 PSA에어라인이 선보인 광고 사진을 연상시킨다는 것으로 두 항공사 승무원의 유니폼과 포즈를 섞어 놓았다는 네티즌들의 의혹이 있었다.

음악은 물론, 춤과 의상 등 어느 특정 그룹만의 스타일 또한 창작물로서 인정이 되야함은 물론이다. 작년 이슈가 되었던 김장훈과 싸이 사태도 공연의 표절등에 얽힌 저작권이 문제였듯이, 창작물에 대한 오리지낼러티(originality)가 문제의 핵심인 것이다.

외국에서의 한류 스타 베끼기를 제재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모 변호사는 "현지에서 저작권 침해가 되느냐 안되느냐를 따져서 현지에서 소송을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현지에 가서 그런 소송을 하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이 있습니다." '짝퉁 한류'가 한류 인기의 반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한류 콘텐츠의 보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라고 언급하였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였지만 모방이 창조를 위해 쓰이지 않고 모방에 그치면 표절이다라는 의견도 있고, 저작권자의 창작 의욕을 꺾는 명백한 표절과 불법복제는 근절돼야함은 당연하지만, 여전히 논란이 많은 것은 창작과 표절, 복제, 모방의 경계선이 그만큼 모호하기 때문이다.

현대에서는 이것을 ‘모방이론’이라고 하여 모든 예술의 출발을 ‘미메시스(mimesis)’라고 말하기도 한다. 미메시스를 예술의 기본방식이자 예술의 출발로 보는 이유는 특정 종교에 구애받지 않는 신의 개념에서 혹은 체계적인 과학의 개념에서 보더라도 인간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존재하는 것 혹은 만들어져 있는 것을 모방하여 변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자 한계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창조는 오직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이며, 어떤 예술이 아무리 새롭다고 해도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창조는 아니며 기존에 있던 것의 응용이라는 것이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 문학의 본질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개념으로 사용된 이 말은 흔히 재현(representation) 또는 모방(imitation)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재현으로 이해되든 모방으로 받아들여지든 미메시스는 문학이 여타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흉내 내기의 결과라는 생각이 소산시킨 개념이다. 흉내 내기라는 말 속엔 흉내 내기라는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 평가가 이미 내포되어 있어, 흉내 내기에서는 진짜와 가짜가 구별될 수밖에 없고 참으로서의 존재와 거짓된 존재가 대립할 수밖에 없다. (‘나는 가수다’ 와 ‘불후의 명곡’같은 TV프로그램에서는 가수가 자신의 곡이 아닌 다른 가수의 노래를 훌륭히 재현하는 것을 우리는 종종 보고 있으며, 이럴 경우 우리는 ‘흉내내기’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지난 2012년 1월 일본의 탤런트 마쓰코 디럭스(39)가 후지 TV '나카요시 텔레비전'의 일본, 한국, 중국의 인사들이 출연해 자기 나라에 대한 자랑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K-POP은 미국의 짝퉁이며 일본이 싫으면 나가라”고 소리쳐 논란이 되었었다.

인기리에 방송되어 지금 2탄이 준비중인 드라마 ‘아이리스’는 모 작가가 1999년 발표한 자신의 저서 ‘후지산은 태양이 뜨지 않는다’ 를 162군데에 걸쳐 무단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건도 있었다.

현재 K Pop으로 대표되는 한류 컨텐츠의 저작권보호가 시급함은 사실이나, 내부단속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돌’로 상징되고 있는 K Pop이나 혹은 해외에서도 인기를 받은 드라마가 우리 스스로 저작권이슈에 휘말린다면 그 효과가 절감 될 수 밖에 없다.

‘레이디 가가’ 는 ‘마돈나’의 재현 이라고들 이야기한다. 비아냥거리는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으나, 표절시비로까지 가지는 않는다. 지금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짝퉁한류’가 문제가 되고 있고, 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떠들고 있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 내부에서 그 법칙을 깨뜨리는 행위는 없는가를 우선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해 볼 시기이다. 이것이 정작 한류 확산에 걸림돌은 아닌가 하는 ‘내부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짝퉁 한류’의 단속을 위한 저작권 보호 운운은 그야말로 사상누각에 그칠 위험성이 대단히 크기 때문이다.

동아방송예술대학 엔터테인먼트 경영과 겸임교수 김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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