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최부잣집에서 배운다] 실천경영,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 입어라"

입력 2013-02-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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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명품 중독에 걸려 있다. 졸부들이나 재벌 2~3세로부터 시작된 명품 소비는 이제 일반 서민들에까지 깊게 퍼져 있다. 오죽하면 수입명품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어도 명품이 날개 돋친 듯 팔려가 명품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명품 가방 헤프닝이나 재벌 2~3세들의 명품으로 치장한 공항패션, 대학생들의 명품을 가지기 위한 불법적 아르바이트 등 지나친 명품소비 풍토가 만연해 있다.

강남 재무상담사(PB)들은 진정한 부자는 5000~8000원짜리 맛집을 찾거나 중고차를 몰면서도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졸부는 명품으로 치장하고 유흥업소에서 돈을 흥청망청 쓰지만 가난한 사람은 외면하는 부류들이라고 한다.

올 초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이 가장 존경하는 고위공무원은 누구인가에 대한 설문에서 최초로 장관이 꼽혔다고 한다. 바로 박재완 장관인데 그는 청와대 수석 시절 경차를 몰고 다녔고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놓고 생활할 정도로 검소하고 성실했다고 한다. 장관에 취임해서도 최근까지 소형차를 몰고 다녀 화제가 됐다. 수십조원을 가진 세계 갑부인 워런 버핏도 신혼 초 처음 장만한 주택(현재 가치 약 6억원)에서 아직 살고 있으며 오래된 중고차를 직접 몰고 다닌다고 한다. 주로 셀프주유소를 찾아다니며 점심으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워런 버핏은 그의 천문학적 재산을 모두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해 진정한 부자로 일컬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2대에 걸쳐 만석 부자를 유지하면서도 존경을 받았던 한국의 명가인 경주 교동 최부잣집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부잣집은 ‘시집온 며느리들은 3년간 무명옷을 입어라’는 가훈으로 근검절약을 생활화하도록 가르쳤다. 조선시대 무명옷은 목화 소재 옷으로 대부분 서민이 입었다. 당시 부자들은 모시옷이나 비단옷을 입었다. 새로 가문에 들어오는 며느리에게 3년간 무명옷을 입힌 것은 근검절약을 습관화시키기 위해서다. 또 최부잣집의 ‘시집올 때 은비녀 이상의 패물을 갖고 오지 마라’라는 가훈도 같은 맥락이다. 며느리가 패물로 은비녀를 갖고 오게 되면 다른 치장도 그에 걸맞게 화려해지므로 최부잣집은 이를 경계했다. 특히 사돈댁과의 혼수품 갈등을 미리 방지하려는 조치이자 자칫 사치로 빠지기 쉬운 풍조를 절제하고 근검절약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염 경주최씨중앙종친회 회장의 7대조 할머니는 빨래를 할 때 서 말의 물이 들어가는 ‘서말치솥’에 옷 한 벌을 넣고 삶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과장된 얘기지만 7대조 할머니가 무명옷을 기워 입어 누더기 옷이 되었고 그 옷을 삶으면 불어나 무려 서말치솥에 넣어야 삶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부잣집이 특권의식을 버리고 서민들과 함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이강식 경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는 다른 양반이 특권의식에 빠져 서민을 경시하는 태도와 매우 다른 것으로 친서민정책으로 봐야 한다”며 “이러한 정책이 서민의 지지를 얻어 당시 잦은 민란 속에서도 민심을 얻어 최부잣집이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고 설명했다.

최부잣집의 이러한 친서민정책은 당시 양반집에서는 이례적으로 노비 옥동(종)의 제사를 같이 지내는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병자호란 때 청군에 포위된 인조는 밀사를 보내 관군을 일으켜 청군을 쳐달라고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경주 최부잣집 1대조인 정무공 최진립 장군은 당시 69세의 노령에도 남한산성에서 청군에 포위된 인조를 구하기 위해 의병을 모아 참전했다. 당시 공주감사인 정세규는 최진립 장군이 연로해 전장에 싸울 연령이 아니라며 공주영장 직위를 해제시켰음에도 의병을 일으킨 것이다. 최 장군은 ‘나는 이제 백성의 몸으로 내가 목숨 바칠 곳은 이곳이다’라며 옥동과 수하를 데리고 경기도 용인 험천에서 청군과 백병전을 하다가 중과부적으로 노비 옥동과 함께 전사했다. 이후 최부잣집은 최 장군을 위해 전사한 노비 옥동의 제사를 현재도 지내주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최부잣집의 근검절약과 친서민정책은 서민의 지지를 얻어 당시 잦은 민란 속에서도 민심을 얻어 부를 유지할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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