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년 연장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법적인 정년이 높아지더라도 고령자의 퇴직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과 국민연금공단이 주관해 14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차 인구·고령화 포럼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인구·고령화 포럼은 지난해 11월 창립돼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민관 전문가들이 참여한 국내 최대 포럼으로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박용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 등 관계자와 민관 전문가 약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철희 교수는 “정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사람은 전체 고령 임금 근로자의 10%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소수”라면서 “특히 대기업의 경우 건강 악화 등 비공식적인(관행적) 이유로 인한 퇴직이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경우 비공식적, 관행적 강제퇴직을 없애는 것이 공식적인 정년을 늘리는 일보다 먼저라고 이 교수는 언급했다.
정년 연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으로 이에 대해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의 노동시장 여건에서 법적인 정년연장을 통해 고령자를 좀 더 오래 일하게 하거나 고령인구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정년 연장의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이는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경우 청년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임금피크제를 동반한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경우 사업체 규모 및 산업 간 차이를 고려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개별 근로자가간 생산성의 차이 등 이질성을 고려해 더 생산적인 근로자가 오래 일을 하도록 하는 임금체계를 고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부 일본 기업의 사례처럼 적어도 몇 가지 유형에 따라 임금체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이날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은 ‘100세 시대의 금융시장 변화와 은퇴준비’라는 발제를 통해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우리사회의 은퇴 금융환경이 자산축적에서 자산관리 및 투자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사적연금 가입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