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라면 도시락으로 익숙한 팔도는 1986년 부산항을 드나들던 파란눈의 보따리 상인들이 ‘도시락’ 라면을 현지에 가져가 장사를 시작하면서 러시아에 진출했다. 그만큼 한국 라면은 세계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던 음식이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오늘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 라면 시장의 60%를 차지하며 국민라면으로 불리고 있다. 농심은 월드스타 싸이를 모델로 기용해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라면블랙’의 성장세에 가속도를 붙이는가 하면 월마트 3600여개 매장에 진출해 농심 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출시 반세기를 맞이한 한국 라면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보따리 상인에서 시작해 글로벌 대형마트 입점까지 그야말로 격동의 라면 50년 역사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라면 수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2억 달러 규모를 넘어섰다. 관세청 기준 2010년 한국 라면 수출액은 1억5720만 달러, 2011년 1억8673만 달러였다. 지난해에는 2억622만 달러를 기록하면서 한국 라면의 한류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농심은 올해 세계 1위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미국 전역으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라면시장 규모는 10억 달러 수준으로 농심은 일본 업체인 동양수산(50%), 일청식품(30%)에 이어 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전 세계 80개국에 신라면을 수출하며 해외 시장을 꾸준히 개척해 왔다. 올해 3월에는 중국 알리바바그룹 '타오바오'와 직영 판매 계약을 맺고 중국 온라인시장에도 진출했다. 중국 온라인 시장은 매년 100% 가까이 성장하고 있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마켓이다.
또한 농심은 영국 아스다, 일본 세븐일레븐·훼미리마트, 호주 콜스 등 주요 국가 진출과 더불어 외국식품 기업이 진입하기 어렵다는 이슬람 국가로도 수출길을 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팔도는 용기면 '도시락'으로 러시아를 접수했다. 도시락은 러시아 용기면 시장의 60%를 차지하며 '국민음식'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락이 러시아 시장을 휩쓸게 된 계기는 1990년대 후반에 벌어졌던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 선언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자 줄줄이 철수했다. 하지만 팔도는 러시아에 남아 수출을 적극 늘리는 전략을 썼다.
1997년 팔도가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개설하면서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은 600% 이상 급성장했다. 이어 팔도는 모스크바에 주재 사무소를 내고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와 리잔에 라면 공장을 잇달아 건설하며 현지화 전략을 강화했다.
전략은 적중했다. 도시락의 러시아 매출은 1990년대 후반 연 200억원대에서 출발해 2010년에는 1650억원을 기록했다.
◇ 한국 라면, 더 매워진 해외 공략 = 국내 라면 업계들은 라면 출시 50년을 맞이해 더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농심은 2013년을 본격적인 해외 글로벌 공략의 해로 삼고 해외시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매출 목표를 작년보다 29% 많은 5억7000만 달러로 잡았다. 또한 일본 업체들이 80%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라면시장에서 3년 안에 2위에 오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위해 2005년 설립한 LA 라면공장 생산라인을 8년 만에 증설한다.
팔도는 신규 진출국을 10곳 이상 개척한다는 계획을 마련했다. 올해는 '남자라면'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매출액도 지난해보다 8% 늘어난 130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뚜기는 올해 미국 수출 목표를 지난해보다 20% 이상 많은 500만 달러로 설정했다.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한국인 밀집지역 위주의 유통망을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텍사스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라면시장 후발주자인 풀무원은 '자연은 맛있다' 3종을 미국에 가장 먼저 수출하기 시작했다. 수출용 제품에는 국내 제품과 달리 고기를 넣지 않아 맛의 현지화를 시도했다.
라면의 원조격인 삼양식품도 지난해보다 25% 늘어난 2875만 달러를 수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올해 라면업계는 해외시장 진출에 예년보다 더 적극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