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정 일과 사회생활을 동시에 해내는 여성들의 고충은 똑같다. 직장에서의 성공, 엄마와 아내로서의 행복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는 벅차다.
이길순 대표 역시 같은 고민을 했다. 지금은 장성한 딸과 아들이 오히려 든든한 버팀목이지만 자녀들이 어렸을 때는 챙겨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었다.
이 대표는 “딸이 열 살 때 에어비타와 자기 중 누가 더 좋냐고 물었다”며 “에어비타는 세 살이고 딸은 열 살이니 아직 에어비타가 더 어리다고 얘기해 줬더니 이후로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초등학교 3학년 딸의 눈에 비친 ‘CEO 엄마’가 낯설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 대표는 딸에게 인정받았던 순간도 기억했다. 지난 2005년 제네바 국제발명전시회에서 금상을 수상하고 자녀들에게 CEO로서의 모습을 각인시킨 것이다.
이 대표는 “딸이 중학교 때 제네바 전시회에 가서 금상을 받아오겠다고 하니까 ‘엄마, 금상이 쉬운 게 아니야. 내가 엄마가 금상을 받아오면 정씨에서 이씨로 바꿀 거야’라고 반신반의했다”며 “상을 받고 제일 먼저 딸에게 소식을 전했고 그때 아이들이 ‘엄마는 말을 실천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한때 에어비타를 질투(?)했던 딸은 이제 엄마와 같은 CEO를 꿈꾸고 있다. 이 대표는 “딸도 창업을 기획하고 있다”며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맨손으로 사업 전선에 뛰어들어 회사를 키워온 엄마의 모습을 지켜온 것이 큰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CEO로서는 99점이지만 엄마로서는 점수를 매길 수 없다는 이 대표. 그는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회사와 가정에서 모두 성공하려면 “자신을 내려놔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아이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사업이든 아이든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다. 일전에 친정 아버지께서 늘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고, 욕심은 화를 부른다.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얘기하셨다”며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아이들한테도 전하고, 이해라는 책임을 자녀들한테 넘기기보다는 다 내 탓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큰일을 결정해야 할 때는 항상 아이들에게 먼저 동의를 구하고 일을 진행해 왔다”며 “아이들에게 엄마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사랑을 표현하고 의사를 존중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