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영화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탓에 제작단계부터 ‘사회고발’이라는 수식을 달고 관객의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2011년 개봉했던 영화 ‘도가니’는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피해자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돼 관객들의 공분 속에 466만명 동원을 하며 흥행 기록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잊히는 줄만 알았던 사건은 영화를 통해 재조명 돼 사회적 관심을 촉발시켜 법적, 제도적 개선을 가져왔다.
‘도가니’가 우리 사회에 발휘한 영향력 때문일까? 흥행 성적 때문일까? 영화계는 툭하면 ‘도가니’를 수식으로 단 작품을 내놓는다. 지난해 ‘제2의 도가니’로 주목 받았던 영화 ‘돈크라이마미’는 개봉 전 관심과 달리 뚜껑을 열자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주연 배우에 대한 연기력 논란이 일었을 뿐 아니라 사건을 따라가는 주인공의 침착한 시선과 통쾌한 복수를 바랐던 것과 달리 엄마의 복수극은 한심하고 즉흥적이었다. 결과는 관객 97만명 관객 동원이라는 참패로 돌아왔다.
‘연예판 도가니’라며 어김없이 ‘도가니’ 마케팅을 이어간 ‘노리개’는 한 수 위다. 감독조차 “ ‘이 소재라면 내가 계속 영화를 할 수 있겠구나’라는 얄팍한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이라는 고백을 했을 정도로 접근 자체가 아쉬웠던 작품이다. 실제 영화는 모티브가 된 신인 여배우를 둘러싼 권력자들의 파렴치한 행위를 낱낱이 고발하거나 권력과 싸우는 기자와 검사의 안타까움을 다루는 대신 언론사 고위 간부의 자극적인 성행위를 묘사한 장면만이 잔상으로 남는다. 어릴 적 성폭행을 당한 적 있다는 검사의 과거는 갑작스레 튀어나와 캐릭터를 널뛰게 했고, 극을 이끌어가야 할 열혈 기자는 작위적인 설정을 던져주는 역할을 하는 등 현실성을 떨어트렸다.
‘도가니’의 감동과 분노 속에서 기대를 갖고 봤던 ‘돈크라이마미’, 한 번의 실망에도 불구하고 문화상품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지켜 본 ‘공정사회’와 ‘노리개’ 때문에 관객은 오히려 실화 소재 영화, 특히 성폭행 등에 대한 작품에 피로감만 느끼게 될 게 뻔하다. 영화가 소재 선정주의에 빠지면 작품의 완성도도 소재의 명분도 모두 상실한다는 것을 두 영화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