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친박계로 불리는 이경재(72) 전 국회의원을 신임 방통위원장에 공식 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이 위원장을 내정한 뒤 24일 만이다.
앞서 청와대는 이 위원장 인선 배경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다”며 사실상 친박계임을 직접 언급했다. 청와대의 국정철학 공유 의미 역시 이 위원장이 지난 18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을 맡아 미디어법을 통과시키는 등의 역할을 한 데 대한 공을 높이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로운 수장을 맞은 방통위는 이경재 위원장에 대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라며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한 점과 일부 시민단체가 ‘코드인사’라며 반발하는 점 등은 향후 방송통신정책 추진과정에 적잖은 진통과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기자 출신으로 공정방송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자신이 언론 탄압으로 해직당한 경험이 있어 최근 발생한 MBC, YTN 등 기자들의 파업에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내정 이후 가진 첫 입장 발표에서도 공정방송에 대해 언급하는 등 야당과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방송장악’ 등의 문제에 대해 “공공성이 잘 지켜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앞으로 방송에 있어 공정성과 공공성이 잘 지켜지고, 프로그램의 품격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혀 MB 정부와 같은 언론 공정성 논란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 위원장은 1967년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으나,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 해직됐다가 이후 1984년 동아일보 기자로 복직해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정치부장을 지냈다. 이후 1993년 대통령 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등을 거쳐 국회의원 4선(15~18대)을 지내며, 국회 예결특위, 환경노동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등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어 방송 공정성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권 정치인들은 진단한다.
또 70세를 넘긴 고령의 나이에도 방통위원장에 임명된 또 다른 이유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의 선대위 부위원장 겸 미디어홍보위원장을 맡았던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18대 국회 당시 미디어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간 갈등 상황에서 야당과 대화로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어, 방통위원장으로서도 원활한 대(對)국회 관계를 가져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공보처 차관 등 방송분야 전문성 갖춘 인물”
이 위원장은 친박계 4선 출신이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다. 당시 고령이라는 점 때문에 또 다시 현직으로 복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평가됐지만, 박 대통령의 ‘깜짝 인사’로 임기 3년인 방통위원장 신분이 됐다.
특히 공보처 차관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경력은 이 위원장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손꼽힌다.
이 같은 실무형 기관장이 방통위원장에 임명되자 방통위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방통위 관계자는 “기존 방통위의 업무 중 상당수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됐기 때문에 위상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위원장이 위원회를 맡을 경우 부처가 힘을 받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18대 국회 당시 여야 미디어법 처리 시 보인 추진력은 이 위원장의 뚝심을 보여준 좋은 예로, 향후 방통위 정책 추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권에서 장점으로 내세우는 점들이 일부 시민단체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어, 이 위원장이 공공성을 가장 중시하는 방통위원장 직에 과연 맞는 인물인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서도 이 같은 논리를 내세워 국회 인사청문보고서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 위원장은 “인상해야죠”라며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위원장 내정 뒤 배포한 보도자료에서는 “방송 시청자와 통신 이용자 등의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방송통신 시장에서의 공정 경쟁과 이용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수신료 인상의 현실화 여부에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