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문턱을 넘은 하도급법은 애꿎은 중소기업에 타격을 입힐 우려가 크고, 임원 연봉 공개법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보호에 어긋난다. 정년 60세 연장법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같은 보완책이 전제돼야 함에도 이러한 논의를 생략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정치가 경제영역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라는 명분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법안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경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 성과주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이 도그마가 돼선 안 된다. 경제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는지, 경제 살리기에 부합되는지 검증해야 한다”(새누리당 김용태 의원)는 목소리가 묻혀 버린 건 어쩌면 당연했을지 모른다.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신중히 처리해 달라는 경제5단체의 호소에 대해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경제민주화를 좌초시키려는 불순한 의도의 입법 저지 로비”라며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물론 일부 대기업의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부적절한 행태는 단호하게 처리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경쟁하듯 ‘기업 옥죄기’ 법안을 쏟아내고, 반기업 정서 확산에 앞장서는 모습은 우리 경제를 멍들게 하는 자해행위가 될 뿐이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국민이 원하는 것은 특정인의 사익편취이지 기업활동에 대한 마구잡이 규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쏟아지는 경제민주화 법안이 ‘대기업=악, 중소기업=선’이라는 이분법으로 재단되는 건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국회가 여론몰이로 대기업을 범죄 집단으로 몰아가면 국민도 대기업을 타도 대상으로 인식하게 된다. 국내에서 저주받는 기업이 어떻게 해외에 진출해 어깨를 펼 수 있겠는가.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1·2호 법안’ 통과 당시 “경제민주화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했다. 첫발을 뗀 아이가 제대로 서게 하려면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듯 이제 정치권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경제계와 소통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