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상호금융기관이 서민금융으로서 제구실을 못하자 불법대출을 하는 대부업체가 급격히 팽창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상호금융기관이 담보 대출에만 치중해 정작 창업 및 생활자금 등이 필요한 서민들의 신용대출 수요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민들은 대부업체를 불가피하게 이용해야 해 부담이 상당했다는 지적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위원회의 연구용역을 받아 20일 이 같은 내용의 ‘상호금융기관 정체성 확립과 발전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4개 상호금융기관의 전체 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보증대출과 담보대출이 각각 4.7%, 87.3%를 차지해 담보대출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상호금융기관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과 중소영세기업을 위해 조합의 형태로 설립됐다. 이 때문에 일반 은행과 마찬가지로 담보 대출의 비중을 크게 늘리고 신용대출을 소홀하게 되면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사라지게 된다.
실제로 신협의 경우 전체 대출액 중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말 21.9%(3조3313억원)에 달했으나 2012년 말 9.2%(2조9627억원)으로 줄고 있는 추세다.
반면 대부업체 거래자 수 및 대출금액은 2007년 9월말 각각 89만3377명, 4조1016억원에서 2011년 12월 말 252만2000명, 8조7200억원으로 4년 만에 2배 넘게 급증했다.
이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상호금융기관의 신용대출이 지나치게 낮다”며 “이로 인해 서민 및 저신용자들은 사업이나 생활상 필요자금 확보를 위해 대부업체를 이용하게 됐고 이들은 고금리와 불법추심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감독당국의 탁상행정식 규제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이 상호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외환위기 이후 신용대출보다는 손쉽게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담보대출을 늘리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이 연구위원은 비대해진 상호금융 조합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예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줄이고 대신 조합의 법인세를 면제해 조합원 모두에게 이익을 배분해 줘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현재 정부는 상호금융기관 예금에 대해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14%)를 면제해주고 있다. 여유자금을 보유한 조합원이나 비조합원 자산가에게 직접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줄 것이 아니라, 조합 법인세를 면제해 조합원 모두에게 이익을 배분 하자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그는 조합의 이익금·잉여금 배분 시 조합원의 조합이용도에 따라 배분하는 ‘이용고배당’ 제도, 담보·신용등급을 이용하는 기존의 대출심사 대신 개인·기업주에 대한 정성적 정보를 이용하는 ‘관계형 대출’을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