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들어서면서 추석이 성큼 눈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이 되면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많다. 가정마다 차례를 지내는 풍습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놓여지는 과일 중의 하나가 사과다. 그만큼 사과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과일이다. 사과는 맛과 모양, 빛깔이 다양하여 많은 품종이 재배되고 있지만 역시 껍질이 붉은 품종이 널리 알려져 있다. 가을철에 먹을 수 있는 과일로 그 맛과 향기가 다른 과일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과는 아마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과일일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사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과일이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재배 역사도 오래되었다. 사과나무는 장미과 능금속에 속하는 낙엽성 목본식물로 주로 북반구의 온대지역에서 과수로 재배한다. 사과나무 종류는 꽃이 아름답고 육질의 큰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과수 혹은 관상수로 재배하였다.
사과나무의 재배역사는 적어도 4000년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스위스에서 발굴된 구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탄화된 사과가 발굴되었고 그리스 시대에는 이미 사과나무의 접목 번식이 행해졌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로마시대에는 사과나무가 과수로 분류되어 상업적으로 재배되었다. 중국의 호북성(湖北省)에서 발굴된 전국시대의 무덤에서 사과의 씨가 출토되기도 하였다. 동양의 문헌에 나타난 사과는 6세기경에 저술된 신농본초의 광지편에 사과를 의미하는 내(奈)라는 단어로 언급되어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먹고 있는 사과는 19세기 후반부터 활발하게 이뤄진 육종에 의해 새롭게 개발된 재배 품종들이다. 사과나무의 원산지는 확실하지 않으나 아시아의 서부지역 또는 유럽의 남동부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양에서는 인류문화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3개의 사과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즉, ‘아담과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를 들고 있다. 절대로 먹어서는 안되는 사과를 따먹은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불행한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또한 ‘뉴턴의 사과’에 의해 만유인력이 발견되어 바야흐로 과학이 태동하였다고 한다. 현대 회화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폴 세잔의 정물화에 그려진 사과는 혼돈과 무질서를 상징함으로써 과학을 넘어 인간의 감성세계를 열었다고 일컬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생활과 너무나 가까운 사과는 단순한 과일의 차원을 넘어 지혜, 불로장생, 풍요, 아름다움, 사랑 등의 상징으로 여겨져 세계 곳곳의 많은 신화와 전설에 등장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사과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상징하고 있다. 마르미돈족의 왕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테티스의 결혼식장에 나타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던지고 간 한 알의 사과는 트로이 전쟁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사과에 씌어진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귀 때문에 결혼식에 참석했던 모든 여신들이 다투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아프로디테는 파리스를 꾀어 사과를 차지하였다. 그 대가로 보낸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 때문에 길고 긴 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유럽의 켈트족은 천국을 사과나무 왕국이라 여겼고 사과를 주술에 이용하기도 하였다. 지금도 독일에서는 결혼식에 사과를 예물로 주고받기도 하며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사과나무를 정원에 심는 풍습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계림유사에 나타나 있다. 지금 우리가 먹고 있는 사과 품종은 불과 1세기 이전에 미국 선교사나 일본인을 통해 도입된 재배종들이다. 과일로서 품질이 좋은 새로운 도입 품종은 일조량이 많고 토양조건이 적절한 대구 일대에서 재배가 이뤄졌었다. 그러나 최근에 도시의 확장과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사과의 주산지가 점차 북상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요사이 과학적인 분석방법을 통해 사과가 지닌 영양학적 가치와 생리활성이 속속 연구되고 있다. 매일 사과 1-2개를 먹으면 체내 중성지방이 감소하고 중년의 갱년기 장애를 개선해주며 피부 미백, 항암 효과, 고지혈증 완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이제 곧 빨갛게 익은 맛있는 사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하될 것이다. 금년에는 경기도 좋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몸에 좋은 사과가 더욱 많이 소비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애써 과수 농사를 짓느라 고생한 농민들이 함박웃음을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