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대세는 ‘先온라인 後출간’… 조정래도 통했다

입력 2013-09-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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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두달만에 50만부… 인터넷 연재가 출판 전‘홍보 효과’

걸출한 소설가가 주요 포털에 신작 연재를 시작했다. 작가에게도, 해당 출판사에도 새로운 시도였다. 이 작가의 글은 곧 화제가 됐다. 종이책으로 출판된 후에는 베스트셀러 6주째 1위(한국출판인회의 제공, 26일 기준)를 달리며 총 5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네이버에 연재된 조정래의 ‘정글만리’ 이야기다.

출판계 관계자들은 인터넷에 먼저 글을 낸 후 책을 내는 이른바 ‘先온라인 後출간’ 방식이 트렌드로 안착했다고 보고 있다. 조정래 작가의 시도는 이러한 변화의 정점에 있다.

‘先온라인 後출간’ 방식은 본격문학(순수문학)계까지 변화시켰다. 적지 않은 주류 작가가 인터넷 매체(블로그, 출판사 홈페이지 등)로 연재 후 책을 낸 것이 그 예다. 지난 2009년 문학동네 인터넷카페를 통해 소설가 김훈이 ‘공무도하’를 연재했고, 2011년에는 소설가 성석제가 ‘칼과 황홀’로 매주 독자를 찾았다. 이 카페를 통해 30여명의 작가가 연재한 후 소설을 출간했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비용·시간·효과 등의 경제성 면에서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1993년 PC통신 하이텔에 ‘퇴마록’을 연재한 이우혁 작가와 2001년 ‘그놈은 멋있었다’로 데뷔한 귀여니 등이 책을 낼 수 있었던 것도 ‘先온라인 後출간’ 방식의 탁월한 경제성에서 비롯됐다. 또한 전자책으로 먼저 출판한 후 종이책으로 전환하는 작가들이 많아지는 것도 같은 이유다.

‘先온라인 後출간’은 인터넷 발달에서 시작됐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만 해도 책을 내기 위한 길은 좁았다. 출판사에 투고해 채택되기를 기다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글을 세상에 알릴 기회가 많아졌고, 투고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민음사 한국문학 편집 담당자는 “일주일에 10권 미만으로 투고가 들어온다”며 “책을 낼 수 있는 루트(길)가 다양화된 후부터 그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같은 출판의 변화는 개인이나 무명작가에게까지 깊숙하게 퍼졌다.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자기 생각을 글로 쏟아냈다. 출판물을 내고 싶어하는 개인들은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페이스북에 1년간 7~8줄의 글을 모아 ‘노창동의 희망엽서’라는 책을 낸 노창동(50)씨는 “주변에서 재밌다는 반응이 꽤 있었고, 아는 교수 소개로 출판사와 계약했다”며 “지인들에게 간편하게 알릴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모든 글이 노씨의 경우처럼 출판사의 관심을 받지는 않는다. 때문에 개인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을 출간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자서전부터 짧은 메모로 이뤄진 노트, 일기, 수필, 소설 등 거의 모든 유형의 글이 속속 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라온북 출판사 유태연씨는 “일반인들이 책을 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라며 “2010년에 비해 인터넷에 있는 글을 모아 출간하려는 수가 두 배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책을 내는 과정이 엄격했던 과거와 달리 출판 과정이 간소화되고 용이해져 그 추세는 점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출간하려는 사람은 계속 늘 것”이라며 “인터넷의 글이 갖지 못한 종이책 고유의 정통성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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