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대규모 자구책을 발표한 한진그룹이 새해부터 계획 실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총 5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강도 높은 자구 계획 중, 현재 절반 가량인 2조5000억원이 확보됐다.
13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진 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3198만주 중 3000만주를 매각해 2조2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달성했다. 이날 에쓰오일 대주주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에쓰오일 지분 3000만주를 전량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한진그룹은 당초 ‘블록딜(가격과 물량을 미리 정해놓고 일괄매각)’ 방식으로 아람코에 처분할 것을 협의해왔으며 아람코가 신속하게 이를 받아들였다. 한진그룹은 확보 금액 중 1조500억원은 한진에너지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며 나머지 1조1000억원의 현금은 그대로 확보하게 된다.
5조5000억원 중 비주력사업부문 유동화, 비영업용자산 매각, 금융지원 등을 통해 약 2조원을 마련키로 했던 한진해운은 자구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2월 27일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을 매각해 약 3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한진그룹은 나머지 자금에 대해서는 2년에 걸친 노후 항공기(13대) 매각, 부동산과 투자자산 매각 등을 통해 순차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3조원에 달하는 나머지 자금 마련의 적절한 시의성과 전반적인 자구책에 대한 성공 여부다. 최근 부실 계열사 지원 리스크가 불거진 주요 기업 6곳 중 올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도래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다. 대한항공은 올 상반기 8300억원을 포함해 올해 모두 1조41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또 한진해운은 회사채 3900억원과 CP 50억원의 만기도래 물량을 마련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내 해운업계가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업황이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지난해 12월 3년 만에 2300선을 돌파했다. 올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물동량 수급 불균형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업황 개선은 국내 해운업계 실적 개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 해 하반기부터 해운 시장이 본격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