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여력이 없다. 미래에 기여도가 적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하면서 국내 인수합병(M&A)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산업의 외연 확대를 위한 글로벌 진출을 적극 독려하면서 해외 금융사 M&A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올해 우리금융 민영화를 필두로 보험, 증권 등 비은행권 대어급 매물이 국내 M&A시장에 등장하고 있지만, 잠재적 인수후보군으로 꼽힌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외면으로 헐값매각 등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하나 등 금융지주들이 연초부터 해외진출을 통해 글로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국내 M&A시장의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최근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ROE(자기자본이익률)과 ROA(총자산순이익률)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 금융사의 M&A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한 회장은 “(LIG손보)손해보험사의 경우 장래성이 있느냐에 대해 검토해 봐야겠지만 지금 현재는 신한의 ROA나 ROE에 기여하는 부분이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우증권, 현대증권, 동양증권 등 대형 매물에 대한 M&A 추진 여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우리나라 증권업이 자본금이 3조원이 넘는 회사도 있고 적은 회사도 있는데 자본금 3조 넘는 회사가 연간 이익금이 1000억원 정도”라며 “이걸 시장가치로 봐야 하는지는 깊히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M&A 대상 금융기관 명단을 놓고 인수전 참여 여부를 적극 검토 중에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역시 국내 M&A시장 보다는 해외 금융사 M&A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최근 국내 비은행부문 매물 M&A에 대해 “당분간 투자 한도여력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외환은행이 (그룹에) 안착할 때까진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며 “자본의 효율적 배분 측면에서 해외 작은 쪽과 투자은행(IB)를 키우는 쪽으로 추진하고 (3년후)나중에 국내시장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현재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서 해외금융사 M&A가 가시권에 들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하나·외환은행 통합법인도 당국 승인을 받았다.
최근 이순우 회장 역시 “민영화와 별개로 해외 금융사 M&A는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필리핀의 현지 은행, 할부금융, 저축은행 등을 놓고 인수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