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장관은 지난 6일 이통3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보조금 경쟁을 그치지 않는다면 CEO의 거취와도 직결되는 문제로 엄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부터 5일이 지난 11일에도 이통 3사간 보조금 혈전은 계속되고 있어 정부의 엄벌 의지를 무색케 했다.
휴대폰 판매점이 밀집된 서울 종로에는 매장 입구마다 ‘영업정지 전 마지막 보조금’이란 문구까지 내걸고 호객행위에 여념이 없다. 주말은 물론 10일 어느 매장을 찾더라도 신형 스마트폰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 상한선인 27만원을 훌쩍 넘은 7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일부 매장에선 ‘갤럭시 LTE-A 무료’라고 내걸어 발품을 조금 팔면 신형폰을 거의 공짜로 구할 수도 있었다.
한 통신사의 매장 직원은 “이번 주말 보조금이 가장 많이 지급되는 모델이 갤럭시노트3(삼성전자), G프로2(LG전자)"라며 “갤노트3는 할부원금 36만원, G프로2는 34만원으로 70만원 정도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고가가 100만원선인 이들 기종은 ‘2·11 대란’ 때 가격이 10만원까지 내려간 적이 있으나 워낙 인기가 있어 할부원가는 보통 50만~60만원에 형성된다.
다른 매장에서도 갤노트3와 G프로2의 할부 원가는 통신사와 관계없이 각각 35만원, 36만원이다. 갤럭시S4는 9만7000원에 내놓았다. 출고가가 95만원인 것에 비하면 90%의 보조금을 받는 것이다. 출고가가 81만4000원인 아이폰5S 16GB(기가바이트) 모델도 19만원에 나왔다.
매장 직원은 “도매 영업도 함께 하기 때문에 인터넷 최저가 보다 더 싸다”며 “영업정지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정책상 보조금이 많이 풀리고 있어 가능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매장의 직원은 “보조금은 이번 주말이 저번 주말보다 더 많이 풀렸다. 기기도 다양하다. 영업정지에 들어가도 문을 연 사업자는 보조금 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정부의 불법 보조금 근절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방통위가 처음 불법 보조금 제재에 나선 2010년 이통3사는 188억원의 과징금을 물었다. 이후 매년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과 영업정지 제재가 지속됐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17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정부의 제재는 커지는데 이통3사의 불법 보조금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올해 1~2월 역대 최고인 12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풀리며 보조금 대란이라는 신조어를 낳는 등 사태는 더 심각해졌다.
13일부터 시작되는 영업정지 역시, 대리점과 유통점에 피해만 줄 뿐 불법 보조금 근절의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판매가를 공개해 휴대전화 시장을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고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출고가와 보조금을 공개해 이용자 차별을 최소화하자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법제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이통사가 통신서비스와 단말기 판매 권한을 모두 손에 쥐고 있어 시장 가격과 판매 장소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며 “이통사가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경재 방통위장은 임기 내내 “제조사의 단말기와 이통사의 통신서비스 판매를 분리해야만 불법 보조금이 사라진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화시키지는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