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은행·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피해 금액을 모두 회수할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은행들은 이번 대출사기 금액 일부를 이미 장부상 손실에 반영한 상태여서 대손충당금 폭탄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출사기 피해를 입은 KB국민·하나·농협은행은 이번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대출금 일부를 돌려받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고정이하 채권으로 분류해 대출금의 70~100%를 충당금으로 쌓았다. 가장 큰 손실을 본 하나은행은 지난 5일 KT ENS 대출 피해에 따른 충당금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조200억원에서 860억원 줄어든 9338억원으로 정정 공시한 바 있다.
국민은행도 대출사기 피해액 297억원을 지난해 실적에서 손실로 잡고 대출사기에 따른 피해액 전액에 대해 충당금을 쌓았다. 농협은행도 피해액 296억원 전액을 지난해 실적에 충당금으로 반영했다.
243억원의 피해를 본 BS저축은행도 충당금을 100% 적립했으며 800억원가량의 피해를 본 OSB·현대·인천·우리금융·아산·민국·공평·페퍼저축은행 등도 모두 충당금을 쌓았다.
이들 은행은 충당금과 별도로 KT ENS로부터 대출금을 돌려받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이번 법정관리 신청으로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다. 법원이 기업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이면 기업의 모든 채권행사가 동결돼 집행이 연기되는 등 피해금 일부를 못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번 법정관리 신청이 대출금 상환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금 회수를 위해 소송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라며 “손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소송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