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표 IT기업들이 막대한 해외 보유현금을 활용해 미국 국채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13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영국 비영리단체 탐사보도국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시스코 등 미국 메이저 기업들이 보유한 미국채 규모가 현재 1630억 달러(약 174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 4개 기업은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국채 124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390억 달러는 미국 정부 기관이 별도 발행한 채권이라고 탐사보도국은 추정했다.
미국 재무부 발행 국채만 감안해도 이들의 총 국채 보유규모는 해외 각국의 미국채 보유순위에서 14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싱가포르와 노르웨이를 웃돌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해외 지사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이 미국채를 사들인 재원으로 꼽혔다. 4개 기업의 해외 현금 보유규모는 총 2550억 달러에 이른다.
기업들은 세금을 피하고자 해외에 있는 현금을 미국으로 들여오지 않고 미국채에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세금 회피는 물론 미국 국민이 IT기업에 세금으로 국채 이자를 지급하는 꼴이어서 논란이 벌어질 전망이라고 CNN머니는 전했다.
탐사보도국 보고서 저자인 닉 마티어슨은 “미국 납세자들이 기술기업의 세금회피에 오히려 보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국제 세금 전문가인 마이클 놀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 기업들의 이런 행태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기업의 미국채 보유 이점도 있다. 투자자들이 국채를 사들이면 이자가 떨어지기 때문에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해외에서 번 돈을 미국으로 들여오길 꺼리는 것은 35%에 이르는 높은 세금 때문이다. 만일 4개 기업 보유 해외현금에 세율대로 세금을 물릴 수 있다면 890억 달러의 추가 세입이 생긴다. 이는 올해 미국 재정적자 추정치 5410억 달러의 17%에 이르는 수치다.
시스코의 스콧 거버 대변인은 “전세계 다른 국가는 낮은 세율로 기업들이 해외 수입을 다시 자국으로 들여오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미국은 조세시스템을 현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애플과 구글은 법을 어긴 적이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조세회피 논란과 관련한 상원 청문회에서 “우리는 지난 2012년 연방정부에 60억 달러 가까운 세금을 냈다”고 항변했다.
구글은 “정치인들은 지금의 법을 좋아하지 않으면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