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14일 오전 9시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권오준<사진> 회장 내정자를 8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포스코는 권 회장을 비롯한 김진일, 이영훈, 윤동준 이사 선임의 건과 사외이사,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등을 진행했다.
회장 선임의 건이 통과되면서 권 회장은 임기 3년간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기술전문가 출신이라는 한계를 딛고 경영악화와 신용등급 강등으로 위기에 처한 포스코를 구하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임무를 떠안게 됐다.
권 회장은 당장 계열사 90%의 최고경영자(CEO)를 물갈이할 예정이다. 포스코의 인적 구성부터 쇄신해, 정체된 조직에 긴장감과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인사 쇄신은 이미 시작됐다. 앞서 권 회장은 기존 6개 부문 조직을 4개 본부제로 개편하고 경영 임원도 50% 이상 줄였다. 대신 전문 역량과 경험을 갖춘 이들을 전문임원에 새롭게 앉혔다. 이들은 분야별로 개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회사 전반에 걸쳐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분위기를 쇄신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품질 강판과 신소재 산업 개발을 통한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나선다. 포스코는 해양 에너지강재, 고기능후판 등 전략제품의 판매를 늘려 글로벌 철강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할 방침이다. 또 미래 첨단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리튬과 니켈 등 원천소재와 연료전지, 청정석탄화학 등 친환경성장의 핵심분야인 클린에너지 사업에 그룹의 성장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경영·재무건전성 개선도 큰 과제다. 권 회장은 서울대 금속학과, 미국 피츠버그대 공학박사 출신으로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하며 포스코와 연을 맺은 기술전문가다. 이 때문에 그는 포스코의 새 먹거리를 찾아내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부족한 경영·재무 경험이 약점으로 꼽혀왔다.
권 회장은 자신의 부족한 시야를 극복할 수 있는 눈과 귀를 새롭게 마련했다. 조직개편과 함께 4명의 본부장을 임명한 것. 장인환 부사장은 철강사업본부장에, 김진일, 윤동준, 이영훈 사내이사 후보는 각각 철강생산본부장, 경영인프라본부장, 재무투자본부장에 보임됐다.
권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글로벌 철강시장은 매우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포스코가 자랑하던 경쟁우위도 곧 사라질 위기”라며“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강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와 조직구조를 쇄신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거듭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