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웨이 12분을 위해 6개월을 준비한다. 한 시즌에 200벌 정도의 옷을 만든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만드는 건 뭐든 즐겁지만 결과가 좋지 않을 때 힘들다.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불가능할 것이라는 뉴욕컬렉션도 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고 입고 즐길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다.”
서울 동대문 장사꾼이던 최범석 디자이너는 지난 2003년 27세의 젊은 혈기로 서울패션위크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얼떨떨했단다. 신당동(서울 동대문구) 패턴 아저씨한테 디자인을 배우고 왕십리(서울 성동구) 봉제 아줌마에게 바느질을 배운 그가 데뷔 3년 만에 뉴욕패션위크에 한국 디자이너 최초로 입성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현재 그는 ‘제너럴 아이디어’ 브랜드를 운영 중이다. 최 디자이너의 디자인 인생은 어떨까.
최 디자이너는 “처음에 노점으로 시작하다 가게를 냈다. 내가 동대문에서 떼다 파는 옷을 여기저기서 그대로 파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동대문에 가서 조금 변형된 디자인을 따로 요청했다. 그게 시초였다”고 본격적 디자인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동대문 출신이라는 꼬리표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패션위크의 문을 두드린 결과 세계적 디자이너 자리에 섰지만, 사실 그의 뉴욕 데뷔는 생각만큼 녹록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나 뉴욕컬렉션 준비하고 올게’라고 말하고 떠났는데 아무도 못 만나고 왔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창피했다.(웃음)”며 “2년 정도 문을 두드렸다. 이메일에 ‘널 위한 선물을 만들었다’고 만남을 요청하니 반응이 왔다. 공짜는 전 세계에서 통하나 보다”고 웃으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약 6년간 11번의 뉴욕패션위크 무대에 선 최 디자이너는 이번 2014 F/W 뉴욕패션위크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게 됐다. 그는 “이번이 잘된 것 같다. 프레스와 바잉(buying·구입)을 받은 것이 전 시즌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좋은 평가를 받아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디자인 콘셉트는 ‘2018.09.06.07’이다. 그는 “지난해 컬렉션이 끝나고 9월 6일 7시 미국 맨해튼 소호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건물과 석양이 한 데 어우러져 너무 예뻤다”며 “이 순간을 미뤄 5년 후를 짐작해 컬렉션으로 만들어 보고 싶었다. 미국의 포토그래퍼 친구가 약 100일간 같은 시간 사진을 찍어 보내줬고 그 감성을 살려 디자인에 녹여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그는 특별히 영감을 얻고자 노력한다기보다 삶 속에서 느끼고 경험하는 것을 토대로 스케치하고 디자인한다.
자신의 쇼를 함께 하는 모델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 디자이너는 ‘이수혁’이라고 스스럼 없이 말한다. 알고 보니 이수혁을 데뷔시킨 주인공이 최 디자이너다. 그는 “이수혁은 매력 있고 무대에서 힘이 있다. 고등학교 때 오프닝 무대에 세웠는데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글로벌 톱이 되는 것이다.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뉴욕컬렉션도 해낸 그에게는 가능할 법한 일이 아닐까. 그는 “이제 여성복도 만들고자 한다. 더 많은 가게에서 나의 옷이 판매되고 해외나 국내에서 나의 옷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결혼도 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