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코스닥 독립이후

입력 2014-03-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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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

제2 벤처 붐의 첫 단추인 코스닥 활성화의 전제 조건은 코스닥의 독립이다. ‘투자자 보호’라는 코스피의 원칙과 ‘고위험·고수익’이라는 코스닥의 철학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제1차 벤처 붐은 ㈜코스닥의 독립 운영 아래 이룩되었던 것을 다시 강조한다. 이제 코스닥의 재독립 이후 풀어야 할 문제들을 정리해 보자.

코스닥은 모든 생명이 그렇듯 진입, 유지, 퇴출의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과정에서 고위험·고수익이라는 코스닥의 철학이 살아 숨쉬게 하는 것이 재건의 방향일 것이다. 이를 위해 진입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유지는 투명성의 관점에서, 퇴출은 재도전의 관점에 입각해 코스닥의 미래 전략을 세워 보기로 하자.

코스닥은 1996년 5월 벤처기업협회의 주창으로 설립돼 초기부터 우수 기업 초빙에 주력했다. 당시 신문에 주가 시세표조차 나오지 않는 코스닥에 휴맥스, 한컴, 안랩, 비트컴퓨터 등 우량 벤처들은 상장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그래서 이들 업체들에 마케팅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코스닥 상장을 권유했던 것이다. 코스닥은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 성장성 관점에서 기업을 유치했기에 적자상장도 허용했다. 재무제표는 성장 기업 가치의 20%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에 나스닥과 같이 과거의 재무제표보다는 미래의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상장을 결정했다. 다음, 인터파크, 옥션 등 1차 벤처 붐의 스타기업들은 적자 상태에서 코스닥에 상장해 글로벌 기업들과의 거대한 인터넷 전쟁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즉 1차 벤처 붐을 이끈 독립된 ㈜코스닥은 마케팅의 관점에서 미래 성장성을 가진 기업들을 유치하는 진입 전략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코스피와 통합된 코스닥은 미래 성장성이 아닌 과거 기록인 재무제표를 중심으로 ‘투자자 보호’라는 관점에서 안정성 위주로 엄격한 상장 심사를 강화했다. 마케팅이란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성장성보다는 안정성 중심으로 상장 기준이 변경된 결과 고성장 벤처의 상장은 위축되고 대기업 납품사의 상장이 주류가 됐다. 전체 상장 기업 숫자도 10년 사이 150여개에서 20여개로 축소됐다. 평균 상장 기간은 7년에서 두 배인 14년으로 늘어났다. 10배 이상 몸집이 커진 벤처산업계을 감안하면 코스닥의 역할은 10분의 1 이하로 축소되고 벤처 생태계는 왜곡됐다.

코스닥은 유지의 관점에서도 건전성이 후퇴했다. ‘무늬만 벤처’를 걸려 내겠다는 목적으로 통합코스닥에서 기업 사냥꾼들은 오히려 더욱 증가했다. 투명성은 정보의 대칭성에서 나온다. 작은 코스닥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분석 보고서는 비용 문제로 인해 매우 드물게 나온다. 공시는 작전의 일부가 됐다. 그래서 루머가 판치는 시장이 됐다. 시장의 신뢰는 점점 사라지고 대형 투자자들은 떠나갔다. 성장성보다 안정성을 중시한 상장 기준은 코스닥 전체의 성장성을 후퇴시켰다. 기업 사냥꾼들은 이 틈새를 파고들어 각종 작전을 통해 성장성을 부각한 후 ‘먹튀’를 하고 금융 당국은 뒷북만을 치고 있다. 기업 사냥꾼들이 당국보다 먼저 작전주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범죄 프로파일 분석 기법을 동원하면 대부분의 기업사냥꾼들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정보의 투명성과 대칭성을 위해 저비용 SNS와 블로그 기반의 사설 보고서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공시에 대한 페널티도 물론 강화해야 한다.

퇴출은 진입 못지않게 중요하다. 코스닥 평가 기준에 퇴출 실적을 반영해야 한다. 코스닥은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철학에 기반한 시장이다. 여기에서 나스닥의 퇴출제도를 다시 살펴보면 주가 1달러 미만의 기업은 미국 나스닥 장외시장인 ‘OTCBB’로 퇴출되나, 기준 충족 시 자동으로 나스닥 복귀가 가능토록 설계돼 있다. 그런데 코스닥에서는 퇴출되면 재진입의 길이 막혀 있다. 죽기 살기로 퇴출 방어를 하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와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프리보드 1부를 완충시장으로 활용하면 원활한 퇴출 순환제도 운영이 가능해질 것이다.

투자와 회수의 선순환 연결고리로서의 코스닥의 재건이 제2 벤처 붐의 핵심 정책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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