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가운데 짧은 만남의 순간 상대방의 비언어적 특성들로부터 무엇인가를 알아내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매튜 헤르텐슈타인의 ‘스냅’은 짧은 순간의 만남일지라도 상대를 간파하는 능력을 다룬 책이다.
흔히 포커텔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포커를 칠 때 상대가 은연 중에 노출하는 표정, 몸짓, 손버릇 등을 말한다. 자신의 카드나 전략에 대한 단서를 드러내는 모든 비언어적 신호다. 저자에 의하면 개인이 무심코 보이는 ‘텔’, 즉 비언어적 단서들은 커튼 뒤에 숨겨진 것들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들려준다. 이 책은 모든 사람이 무심코 드러내는 ‘텔’에 근거해 상대방의 본심이나 행동 그리고 사고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인간 정신이 지닌 놀라운 지각 능력 및 예측 능력을 충분히 이해하고 거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사실 고객을 만나는 일, 면접을 하는 일, 배우자를 구하는 일 등에서 ‘텔’은 매우 중요하다. 상대방이 무심코 내비치는 비언어적 징후들로부터 상대방의 본심이나 성품을, 미래의 행동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여러분이 간부의 위치에서 부하를 뽑는다고 가정해 보자. 텔은 결정적이다. 마찬가지로 투자가라면 투자하는 기업의 CEO의 비언어적 특성에서 그의 미래를 내다보는 일도 무척 중요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의 외모를 보고 판단하려 하지 말라’는 주의를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성장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연구는 바로 응시하기, 목소리의 특징 그리고 외모의 매력도가 상대방을 판단하는 데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남에게 똑똑하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세 가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필요하다.
과연 ‘텔’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들은 충분할 것일까. 최근 과학자들은 인간의 정신이 일종의 ‘예측 기계’라는 결론에 점점 다가가고 있다. 뇌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어떤 사건이 펼쳐지기 전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데 익숙하다고 한다. 그래서 제프 호킨스 박사는 “예측은 우리 뇌가 하는 활동 중의 하나로 치부하고 넘어갈 사소한 무엇이 아니라 대뇌신피질의 핵심 기능이며 인간 지능의 토대”라고 말한다.
다만 예측을 할 때는 항상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고 단일 사례를 근거로 성급히 미래를 예견하거나 일반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의 미래를 간파하는 능력을 갈고 닦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일 뿐만 아니라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 가운데 CEO의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가 흥미롭다. 수익성이 좋은 회사를 경영하는 CEO들을 보면, 뇌 왼쪽에 있는 편도체가 활성화된다. 특히 힘과 지배력을 드러내는 CEO들에게 더 강력한 신호를 찾을 수 있으며 미래의 성과도 좋았다.
심리학자들의 연구는 상대방을 읽어야 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의 능력을 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건 틀림없다. 상대를 읽는 능력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