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유럽 전체 제조업 부가가치의 30%를 차지한다. 유럽 주요국들이 금융위기에 흔들리던 시기에도 유일하게 건재함을 과시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와 비슷한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지만 경쟁력있는 독일의 제조업 비결로 △R&D 집중투자 △안정적 노사관계 △기술인재 양성 △가족경영기업 △기술선도형 시장창조 등 5가지로 요약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2012년 기준 R&D 투자순위로 본 글로벌 500대 기업 중 독일기업이 41개인 반면, 한국은 13개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또한 독일(6.5%)이 한국(3.1%)의 2배를 넘어섰다.
독일의 R&D 경쟁력은 국가 전역에 구축된 300여개의 산업클러스터를 통해 강화된다. 정부는 클러스터 설립의 밑그림을 그리고 이후에는 기업중심의 강력한 산학연 네트워크를 통해 자생적인 선순환 구조가 정립되어 왔다.
전 세계에서 R&D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독일 기업인 폭스바겐 그룹의 경우, 1980년부터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매년 매출의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5%룰’을 지켜왔다.
안정적인 노사관계는 독일의 높은 노동생산성의 비결로 손꼽힌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13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노동생산성은 세계 1위, 노사관계 생산성은 8위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8위, 노사관계 생산성은 56위를 기록했다.
독일은 기업이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근로자는 근로시간과 임금인상을 양보하는 방식으로 노사 합의에 도달해 왔다. 대표적인 예로 다임러벤츠는 2009년 글로벌금융위기 속에 정리해고를 하지 않는 대신 20억 유로의 노동비용을 절감하는 노사협약을 체결했다.
세 번째로 기술경쟁력의 원천인 기술인재 양성이다. 독일에서는 60%의 중·고등학생들이 학교와 현장이 결합된 형태의 직업교육(Dual System)을 통해 전문기술을 습득한다.
독일의 BMW도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매년 800여명의 인턴을 훈련시키고 있다. 이 외에 폭스바겐, 다임러 등 50만개 이상의 대중소기업들도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독일은 정부가 나서서 가족경영기업을 지원하면서 기업의 존속을 유지하는 한편 질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2010년 장기간 고용 유지 등 일정 조건만 이행되면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도록 상속세법을 개정한 바 있다.
끝으로, 강점분야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시장을 창조해야한다고 제시했다.
160년 역사를 지닌 지멘스는 독일 민관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제조업 성장전략인 인더스트리 4.0에 발맞춰 이미 스마트 팩토리 개념을 도입해 공정을 고도화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은 제조업에 ICT기술을 접목하여 4차 산업혁명을 이루겠다는 제조업성장 청사진이다. 제조업 주도권에서 두세 걸음 경쟁국을 앞서는 독일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유지미 전경련 국제협력팀장은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고 중국의 추격이 턱 밑까지 온 가운데 지난해 주요 수출 기업의 영업이익률이 하락하는 등 국내 제조업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늦기 전에 지속적인 R&D투자와 기술인력 양성 등 독일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하여 제조업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