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들의 부실대출이 급증하면서 중국발 금융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5대 대형 시중은행의 지난해 부실대출 상각 처리 규모가 590억 위안(약 10조1600억원)으로 지난 2012년보다 127% 급증했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 여파로 정부가 구제금융 등 은행 지원책을 실시했던 지난 1990년대 말 이후 가장 많은 수치라고 FT는 전했다.
부실대출 상각 처리 규모 급증은 중국 경기둔화 파장이 전반적인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주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올 초 그림자금융의 핵심 부문인 중국 신탁상품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직전까지 몰렸으나 정부의 지원으로 막판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달 상하이 소재 차오리솔라에너지과학기술이 채무를 갚지 못해 중국 회사채시장 역사상 첫 디폴트가 발생했다. 또 지난주 장쑤성 옌청시에서는 현지 소규모 지방은행이 예금인출을 거부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뱅크런(집단 예금인출 사태)이 벌어져 당국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최근 경제지표가 잇따라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인 7.5%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됐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주 “경제하강 압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우리는 경제 변동에 대비할 정책수단을 갖고 있다”고 밝혀 중국 정부가 조만간 추가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대형은행들은 부실대출에 따른 비용손실에 대비해 상당 규모 유보금을 보유하고 있어 실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5대 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7~15%가량 증가했다. 이는 전년보다 주춤한 성장세지만 여전히 견실한 편이라고 FT는 전했다.
은행들이 부실대출을 적극적으로 상각 처리하면서 부실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1.00%로 2012년의 0.95%에서 소폭 커지는 데 그쳤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NPL 비율이 공식 통계보다 최대 다섯 배 정도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창랴오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은 경기하강에 대비할 만큼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본다”며 “그러나 은행들이 NPL 비율을 인위적으로 낮추고자 상각 처리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은행이 금융당국과 투자자의 불안을 완화하고자 상각 처리로 부실대출 규모를 최대한 낮추려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