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회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경기회복 속도가 미진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함께 중기 물가목표가 적정하게 설정됐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은이 1일 공개한 ‘3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소비·투자·생산·수출 등 주요지표가 서로 엇갈리면서 월별로 등락을 계속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수출이 평균적으로 전기 대비 1% 증가해 개선되고 있으나 설비투자는 수출 효과를 상쇄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경제가 성장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낙관적 기대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소비·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0년대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소비·투자 증가세가 경기 상승의 본궤도 진입에 필요한 스톨 스피드(stall speed)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물가가 전례 없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 구조적 변화를 깊이 있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왔다. 특히 다음 달 전망 시 한은의 평판과 책무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3년째 물가전망의 하향조정이 반복되고 있음을 볼 때 중장기적 관점에서 물가여건에 대한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며 “장기침체 등으로 세계수요의 기반이 변화됐는데 여전히 과거의 균형상태를 전제로 물가전망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GDP 대비 투자비중이 1980년대 후반에 최고 37%를 기록한 후 계속 낮아져서 지금은 약 25%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중국이 지금까지와 같이 매우 높은 수준의 투자(2012년 GDP 대비 46.6%)를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면서 “한편으로는 투자의 소비화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최근 중국 금융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이 일회성의 금융부문 부실로 보이지만 근본원인은 과도하게 누적된 실물부문의 불균형이라는 점과 중국경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크다는 점에 유의해 중국 금융부문의 리스크를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일부 금통위원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 정부의 경제활성화 방안들이 부동산가격의 하락을 막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가격안정 효과가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부동산시장 전망 시 부동산 수요를 결정하는 근본적 요인인 가계의 매입여력, 즉 가계의 재무구조를 소득계층별로 세분화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