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권·부동산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17년 만에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제도 개편에 나서며 증권업계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등 증권 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또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시장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추가 부양대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8일 금융위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 방식을 따르는 새로운 증권회사 NCR 산출방식을 발표했다. 새 공식은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뒤 (업무 단위별 필요 유지) 자기자본을 나눈 값에다 100을 곱한다.
이 같은 새로운 NCR 산출방식을 적용하면 대형 증권사를 위주로 투자 여력이 대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인 9개 증권사의 평균 NCR가 476%에서 1140%로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투자은행(IB) 업무를 위해 3조원 이상의 자금을 모아둔 대형 증권사들은 8조원 이상의 투자 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돼 IB과 M&A(인수합병), 해외진출 여력이 커질 수 있다. 기존 브로커리지 중심 업무에서 벗어나 대형 IB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이번 NCR 규제 완화로 자본이 많은 대형사들은 투자 여력이 높아져 영업활동 제약이 대폭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 IB 육성책의 실질적 대책이 나오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소형사에는 이번 NCR 제도 개편이 큰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NCR가 낮아지는 소형 증권사들은 건전성 지표를 유지하기 위해 핵심 업무 외의 라이선스(영업인가)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새로운 NCR 제도 도입을 통해 중소형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을 유도해 전문화·특화 증권사로의 전환을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부동산 시장 부양과 관련해 추가 대책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 장관은 8일 “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때문에 단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새누리당이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등 추가적 부동산 규제 완화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추가 대책 발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 장관이 스스로 단기 조정 불가피성을 언급한 만큼 여당이 금융규제 완화 등 불을 댕기고 정부가 추가 대책을 내놓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