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지난해 경영실적에 대한 경영평가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의 평가기준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와 공공기관 노조는 공정한 내용을 담고 있는 ‘노사관리’ 지표가 ‘복리후생’ 평가로 변질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차질이 우려된다.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올해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4~6월의 정규평가와 정상화계획 이행실적에 대한 9월의 중간평가로 나뉜다. 정부는 우선 오는 6월말 2013년회계연도 경영실적을 토대로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이어 9월 중간평가에서 부채 관리와 방만 경영 관련 배점을 올려 적용하고 실적이 부진한 기관은 기관장 해임과 성과급 제한 등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영평가를 통해 부채와 방만경영에 대한 본격적인 칼날을 대기도 전에 공공노조와 시민단체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올해 경영실적에 대한 중간평가부터가 아닌 작년 경영에 대해서도 기준을 소급적용하려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올해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부는 경영평가단 일부 팀 명칭을 바꿨다. ‘경영효율팀’은‘경영효율성 향상팀’, ‘계량팀’은 ‘부채관리 및 재무건전성팀’, ‘노사관리팀’은 ‘노사복리후생팀’으로 이름이 변경됐다. 이렇듯 팀 명칭이 변경된 데 대해 기재부는 “올해 경영평가단이 정규 경영평가 이외에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따른 중간평가까지 겸하게 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공공노조와 시민단체는 지난해 10월말에 확정된 ‘2013년 경영평가편람’의 ‘노사관리’ 지표에는 포함되지 않은 ‘복리후생’ 요소(8대 방만경영사례 등)를 경영평가에 반영하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지적하고 나섰다.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노동팀장(변호사)는 “노사복리후생팀으로 팀 이름이 변경된 것은 작년 경영평가에도 부채와 방만경영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것”이라며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사전에 예고된 평가기준에 따라 추가되는 평가기준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슷한 기간 정상화 대책에 따라 올해 경영실적에 대한 중간평가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명목으로 정상화대책에서 제시한 기준들이 2013년 경영평가에도 일정 정도 반영될 수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복리후생에 대한 평가는 예년의 수준에서 진행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2013년도 경영평가는 2013년도 편람에 있는 지표로 평가되기 때문에 새롭게 변경된 지표로 평가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노조도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잘못된 지표 선정 등 파행으로 공정성과 정당성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각 기관이 얼마나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했는지에 대해 평가해야 하지만 노사 관계와 임금 및 복리 후생 통제 등 공공기관 전반에 걸친 강력한 통제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며 비판했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복리후생 축소가 공기업의 부채감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기업의 구성원들이 보다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제도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