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사법부는 재벌기업 오너들에게 잇따라 강경 자세를 보였다.
법원은 지난해 2월 4일 법원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약식명령이 청구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58),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4명을 정식재판에 세웠다. 최태원 SK회장도 그해 1월 31일 배임·횡령 등에 대한 혐의로 실형 판결을 받으며 법정구속됐다.
‘기업 프렌들리’를 표방했던 이명박 정부가 물러가고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법부도 ‘코드 맞추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불거졌다. 동반성장과 상생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재벌을 타깃으로 삼았던 셈이다.
당시 사법부의 움직임은 한창 사회에 번지고 있던 반기업 정서를 부추겼다는 지적도 있었다. 여론을 과도하게 의식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주요그룹 중 SK, 한화, 효성, CJ, LIG, KT, 태광, 동양그룹의 총수가 배임 또는 횡령 혐의로 구속됐거나 검찰 조사를 받았다. STX의 경우 오너가 경영 실패로 물러났다.
재계에서는 재계 총수들에 대한 구속수사 및 재판이 해당 그룹의 실적 부진은 물론이고 신사업 전면 보류, 조직 분위기 침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내놨다. 기업의 침체가 경기 침체를 불러오면서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창조 경제’와도 어긋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사법부의 판단에 쏠리게 됐다.
이런 가운데 사법부는 기업에 엄벌로 일관한 ‘사법 포퓰리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자 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법부의 변화는 그간 쏟아진 ‘시류 판결’이란 비난이 부담스러웠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살려 법 집행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고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집단소송에서 기업 측의 손을 들어주는 경향이 뚜렷해진 것도 이 연장선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