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릴적 내 누이가 더럭바위 김 긁어다가
차롱에 걸러 김짱 만들어
저녁 밥상에 올려주던 구럼비 더럭바위
돌김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중략)
보고싶은 구럼비야
보고싶은 내 누이야
너를 위해 하고픈 일 많은데
내 손길이 닿지 않으니
이 슬픔을 어찌할꼬
살아만 있어다오 구럼비야 내 누이야
-강정마을 농부시인 고영진의 詩 구럼비
나는 구럼비를 보지 못했다.
아니 알지 못했다.
알지 못했으니 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쉬이 갈 만큼
나를 제주로 향하게 하는 것은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는 매력적인 것들.
분명 구럼비.
제주의 자연일 것이다.
“구럼비야! 미안해.”
제주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는 폭 60m, 길이 1.2km에 이르는 용암바위.
구럼비(까마귀쪽나무를 뜻하는 제주말)가 많이 서식하던 바위였다.
2011년 4월. 한 영화감독이 제주 4•3사건 희생자를 기리는 영화 ‘레드 헌터’의 상영을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강정마을을 찾았다가 구럼비 바위에 눌러앉았다.
그렇게 2년.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제주의 생명들을 카메라에 담아 ‘구럼비-바람이 분다’가 탄생했다.
한 감독이 영화로 전했던 우려의 시선이 눈앞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해군기지 건설 공사로 인한 수중 환경 변화로 강정마을 앞바다에 서식하는 연산호가 파괴되어 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혼돈의 시대다.
대화에 의한 결정. 그리고 합의. 진행.
어찌보면 당연하게 생각되는 소통의 과정에 결여된 것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더욱 혼돈된다.
여름이 짙어가는 6월의 어느 날 찾은 강정마을. 여전히 혼돈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그곳에는 주민들이 지키려는 구럼비도 정부가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도 보이지 않았다.
강정포구 방파제를 따라 걸었다.
바다로 향하는 배를 보지 못했다.
포구로 들어오는 배도 보지 못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이르러 멈춰 섰지만 푸른 해가 살고 있는 강정포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