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한 지 넉달이 다 되어 가지만 세월호 침몰사고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남은 10명의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활동이 세찬 물살을 견디며 힘겹게 진행되고 있고, 진상규명과 보상·지원을 둘러싼 정치적 협상은 아직도 결론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가족과 국민의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고 이후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경기 침체도 이전상태로 회복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국민적 정서도, 정치적 갈등도, 경기 침체도 주기적 회복 탄력성에 의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바다에 대한 두려움으로 국민이 바다를 계속 외면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육당 최남선 선생의 통찰은 세월을 넘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육당 선생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피폐해진 조국의 도약을 꿈꾸며 ‘바다와 조선민족(1955)’이라는 글을 게재해 우리 민족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세계사의 흐름과는 반대로, 조선이 바다를 잃어버리는 실수를 범해 쇠락을 경험했고 바다를 천시하면서부터 우리 민족의 웅대한 기상이 실종되고 나라가 가난해졌음을 지적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우리나라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바다를 붙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당의 바람과 달리, 오늘날 우리 사회는 조선시대부터의 내륙 중심 사고와 생활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양수산산업의 부가가치는 전체 GDP의 6.3%라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고 있고, 미래의 성장동력인 해양수산 R&D 투자 역시 국가 전체 R&D 투자비율의 3%에 불과한 실정이다.
해양수산 인력양성 투자도 매우 미진한 상태다. 어촌은 농촌보다 낙후된 시골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해양레저산업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미래의 물결(2007)’에서 한국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세력이 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해양산업을 소홀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사회 전반적 분위기도 바다가 갖고 있는 호쾌함, 진취성과는 거리가 있다. 정치는 멀리 보며 합의를 이끌어 내기보다는 당리당략에 파묻힌 인상을 지울 수 없고, 산업은 미래를 위한 진취적이고 과감한 투자보다는 눈앞의 실적 쌓기에 급급해 단기적이고 이기적인 투자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인재들이 역동적인 도전 대신 안정적이고 편안한 곳으로만 몰리고 있는 것 역시 우리 사회가 역동성과 활력을 잃어가는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상황에서 육당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바다에 대한 투자는 우리 사회와 경제, 국민의식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 관할 면적은 육지 면적의 4.5배에 달하는 44만㎢에 달할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해양 생물들이 살고 있다.
지리적 위치도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아시아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으며, 우수한 역량을 가진 인재도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다. 또한 국민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해상왕 장보고, 충무공 이순신 장군 등의 진취적인 해양활동을 되새기고 본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남아 있다.
바다는 경제적으로는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고, 정서적으로는 우리 국민의 의식 속에 호쾌함과 진취성을 스며들게 한다. 모든 것을 포용하는 바다는 다양하고 폭넓은 사고를 통해 국가 발전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하고, 오늘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희망찬 미래를 그려 나갈 수 있게 한다. 진취적이며 새로운 것을 꿈꾸는 사회 분위기도 조성해 줄 것이다.
‘어떻게 지금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원하겠느냐?’라는 물음에 ‘바다를 지키고 서서 활용하는 나라로 만드는 것’ 그리고 ‘바다를 통하여 세계와 소통하고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것’이라고 한 육당의 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
정부에서도 공표했듯 해양을 통해 글로벌 물류를 선도하는 것이 우리 경제의 크나큰 비전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소년에게 그리고 대한 국민에게 말한다.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바다를 통해 미래의 희망을 찾으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