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약세 추이가 4개월 반만에 다시 불붙었다.
미국 달러당 엔화 가치는 21일(현지시간) 103엔대 후반에서 움직이며 104엔에 근접했다. 달러·엔 환율은 전날 뉴욕외환시장에서 0.8% 오르면서(엔화 가치 하락) 지난 3월 19일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고 이날도 0.1% 추가로 하락했다.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지난해 말의 105엔대에서 출발해 7월 말에는 101엔대까지 올랐다. 지난해 엔화 하락폭이 높다는 인식이 커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이스라엘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영향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줄어들면서 다시 엔화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전날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이 4개월 반만의 엔화 약세에 불을 붙였다는 평가다.
회의록에서 연준 위원들이 ‘매파’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출구전략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었다. 시장은 이미 연준의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그 시점이 언제가 될 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엔화가 하락해 한국 원화나 유로 등 다른 통화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유로당 엔화 가치는 이달 초 136엔대로 올랐으나 다시 137엔 후반대로 떨어졌다.
다무라 히로미치 노무라증권 수석 투자전략가는 “달러당 엔 가치가 9월말에 105엔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면서 “소비세 증세에 따른 2분기 국내총생산(GDP)의 위축도 엔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오카모토 요시히사 미즈호투자신탁 투자고문은 “23일까지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연준의 경제 심포지엄에 주목하고 있다”며 “잭슨홀 미팅에서 조기 금리 인상 관측이 힘을 받으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를 배경으로 엔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본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준비하는 것도 엔화 가치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내년 10월 소비세 추가 인상에 대비해 2015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에 1조 엔(약 9조87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