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과감한 부자감세 정책을 펼쳤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 정부의 감세 규모는 법인세 35조732억원, 소득세 25조8893억원 등을 포함해 모두 82조2693억원에 달한다. 부자감세로 인해 적자재정 확대는 불가피해졌다. 반면, 한국의 사회복지 수준은 OECD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그래서 보육, 주거,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의 복지지출 확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입은 줄었는데, 지출은 확대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복지비 지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하도록 되어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적 필요성에 의해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그에 따른 비용부담은 지방정부가 함께 떠맡는 구조다. 돈이 없는 지방정부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정부는 소위 ‘복지 디폴트’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꺼낸 카드가 바로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 인상 등이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고, 전국 평균 4620원하는 주민세를 1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의하면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인한 5년간의 세수증대 효과만 22조6479억원이다. 주민세는 인두세(人頭稅)의 성격을 갖는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과세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주민세는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주도 과세 대상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두세’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민세는 오히려 폐지 대상인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꼼수 증세’가 아니라 ‘제대로 된’ 증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세입구조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가장 중요하며, 전체 세수의 약 70%를 차지한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누진세(累進稅)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있는 사람은 더 내고, 없는 사람은 덜 내는 구조다. ‘꼼수 증세’가 아니라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는 ‘제대로 된’ 증세를 해야 한다. 그게 나라에도 이롭고, 서민에게도 이로운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