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경기판단에 대한 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 속에 ‘연준 내 2인자’인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의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셔 부의장은 이날 국제통화기금(IMF) 연례 회의 관련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하고 “글로벌 경제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더라도 미국은 합리적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면 당연히 (미국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글로벌 경제의 단일 엔진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라고 내다봤다.
피셔 부의장은 금리인상 시기는 오는 2015년 중순이 유력하지만, 경제 지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성명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상당 기간(considerable time)’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는 농담조로 “2개월에서 1년이 될 수도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피셔 부의장의 이날 발언은 전일 연준이 공개한 지난 9월 FOMC 의사록과는 다소 상충된 것이다.
지난달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의 정책위원들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 둔화와 달러 강세가 미국 경제의 전망에 잠재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사록에서 다수 위원은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예상에 미치지 못한다면, (미국 경제의) 성장이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을 수 있다”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위원들은 특히 유럽 경제의 냉각과 낮은 인플레이션이 달러의 추가적인 강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의 통화정책은 물론 경기 판단과 관련해 시장과 소통이 되지 않을 경우,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연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통화정책과 관련해 연준 정책 당국자들과 시장 사이에 시각이 단절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앙은행과 시장의 생각이 다르면 끝이 좋지 않을 수 있다”면서 “나중에 충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시장은 연준이 예상하는 것보다 경기부양적 기조가 더 오래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그는 말했다.
실업률과 관련해서도 연준 인사들은 각기 다른 의견을 나타내면서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애쉬빌에서 연설을 통해 “실업률은 여전히 믿을 수 있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반면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전일 위스콘신주 레이크랜드컬리지에서 실업률 하나로 고용시장 전체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견고한 임금 상승 없이 고용시장의 활황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며 “지난 6년간 기록한 임금 상승률은 2%가 아닌 3~4%가 정상적 수준”이라면서 임금 상승폭이 부진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