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도를 거꾸로 보면 미래가 보인다

입력 2014-10-2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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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남 해양수산부 해양정책실장

1996년 해양수산부가 출범할 당시 거꾸로 된 세계지도를 제작·배포해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민간 외교사절단 반크가 공식 트위터에 ‘거꾸로 보는 세계지도’를 게재해 대한민국이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짓눌려 있는 왜소한 나라가 아니라, 태평양을 향해 뻗어나가는 ‘더 큰 가능성의 나라’임을 천명한 바 있다.

바다는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서식 환경을 좌우하고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바다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마치 물과 공기가 없으면 살 수 없지만 그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

역설적이게도 지구 전체적으로 보자면 인류가 땅에 산다는 것은 사실 예외적 현상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종의 대부분이 바다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생활에서 필요한 많은 부분을 육지에서 해결해 왔다. 앞으로도 이와 같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류의 미래가 바다에 달려 있다는 것은 점점 더 자명해지고 있다. 생태계, 환경, 에너지, 물, 식량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고, 바다에서 그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인류가 맞이할 것은 어두운 미래뿐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육상 자원과 육상 생태계만으로는 그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단을 온전히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해양을 잘 이용한 나라들이 인류문명을 이끌어 왔다. 해양을 이용하는 역량이 한 국가나 민족의 명운을 좌우한 것이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차이가 있다면 바다를 이용하는 목적과 방법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20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바다는 주로 운송의 통로나 수산업의 무대로 여겨졌지만, 오늘날에는 레크리에이션, 에너지 및 광물 개발, 조사 및 관측, 공간 이용 등 매우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해양과 관련된 활동이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도 적은 편이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인 이리나 보코바는 지난 2월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블루 이코노미를 향한 새로운 골드러시’란 글에서 해양산업의 비중이 세계 전체 경제의 5%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분명한 것은 해양과 관련된 활동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인류가 직면한 많은 문제들이 해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1세기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로 발전하기 위해 해야 할 선택은 분명하다. 해양에서의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반드시 살려나가는 것이다. 당장은 그 비중이 크지 않다 하더라도 해양을 이용하고 보호하기 위한 활동이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집에 있는 지도를 거꾸로 돌려 보라. 대륙의 끝단에 조그맣게 걸려 있던 한반도가 전 세계로 나아가는 길목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바다를 꿈꾸고 이해하는 국가에 번영의 길이 있다. 지금껏 바다를 미래의 자산, 단순히 가능성으로서만 생각해 왔다면 이제는 현실로 다가올 또 하나의 블루오션으로 만들어 가는 데 국가와 사회, 개인이 모두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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