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입찰에는 하림그룹컨소시엄, 대한해운컨소시엄, 도이치은행, KKR,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5곳이 참여했다.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혔던 현대글로비스와 대형 화주인 포스코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인수전 열기는 다소 식은 듯 하다.
일찌감치 팬오션 인수를 준비해온 하림그룹에 대해 업계는 여전히 사업 연관성이 크지 않다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하림은 이례적으로 입찰 직후 곧 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팬오션 인수 참여를 통해 글로벌 곡물사업 진출을 모색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또 하림그룹 고위 관계자는 “팬오션과 하림그룹의 결합은 다른 업종간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개척하는 창조경제의 모델”라고 강조했다. 사업 연관성 부족이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곡물유통사업에 정통한 대기업 관계자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브라질, 호주 등 국제 곡물사업은 메이저들이 다 장악한 상태”라며 “(하림이) 새롭게 진출한다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일지 궁금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신규 진출이 어렵다면 현지 엘리베이터(곡물 유통 하위단계)에 대한 지분 매입 등의 방법이 필요할텐데, 이는 과거 대기업들도 실패할 정도로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팬오션의 우발 채무를 하림이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를 달고 있다. 팬오션 적정 인수가격은 6000억~7000억원 내외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팬오션은 고가 용선 등 우발채무가 아직 상당해 금융계에서는 팬오션의 최종 회생채권 규모가 1조원에서 많게는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림 측은 “인수에 필요한 자금 조달 여력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조달계획을 밝히진 않았지만 인수 자금은 그룹의 내부 유보금과 NS쇼핑 기업공개(IPO) 등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주식 시장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상반기 7000원에 달하던 그룹 대표 계열사 하림의 주가는 4일 3750원으로 끝나 거의 반토막이 났다. 실적도 좋지 않다. 하림은 3분기 영업손실이 45억92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김 회장과 하림에 대한 최근 평판도 그리 우호적이진 않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올품’의 지분을 아들 준영씨가 100% 보유하면서 계열사의 일감몰아주기와 사전 상속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게다가 지난 10월엔 하림이 유통기한이 13일이나 지난 1만4000마리 분량의 닭가슴살을 보관하다 적발된 일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