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자동차 연비 검증이 전보다 깐깐해진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각각 가지고 있던 자동차 연비 검증 권한은 국토부로 일원화된다.
국무조정실은 이처럼 연비 시험 절차ㆍ방법을 정비한 국토부, 산업부, 환경부 공동고시안을 정부합동으로 마련해 20일부터 공포ㆍ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지난 8월 이후 관계부처간 논의를 거쳐 마련한 공동고시안을 행정예고한 뒤 자동차업계 등의 의견을 수렴해 확정한 결과물이다.
공인연비를 포함한 자동차관리제도는 자동차를 판매하기 전에 정부가 사전 승인을 하는 형식승인제와 제조업체가 스스로 인증해 판매한 뒤 정부의 사후검증을 받는 자기인증제도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인증에 소요되는 제작사의 시간ㆍ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2003년부터 자기인증제도를 택하고 있다. 제작사가 연비를 스스로 측정하면 정부가 차후에 검증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사후검증을 담당하는 부처가 국토부, 산업부 두 곳이었고 해당 부처끼리 검증방식이 달라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지난 8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쌍용자동차의 코란도스포츠에 대한 연비논란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의 자기인증조사에서는 연비과장 판정을 받은 반면 산업부의 조사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던 것. 이 때문에 연비측정의 권한과 방식을 통일하기 위한 관련부처 차원의 논의가 이뤄졌고 이번에 그 내용이 확정된 것이다.
시행되는 공동고시안의 내용을 보면 정부의 연비검증 방식이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연비측정의 핵심인 주행저항값(자동차가 주행할 때 받는 공기저항과 도로마찰을 수치화 한 것)측정을 국토교통부 산하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연구원에서 실측하게 된다. 주행저항값은 연비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이전까지는 제조사가 제출한 수치를 토대로 연비를 검증했다. 앞으로는 제조사가 제시한 수치와 시험기관의 실측값이 15%를 벗어나면 시험기관의 실측값을 인정한다.
조사단계는 2단계로 늘어났다. 1차조사에서 공인연비와 실측연비의 차이가 허용오차범위(5%)를 초과해 연비부적합이 의심되는 경우 2차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다른 기관에서 재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1차 조사는 국토부 산하 자동차안전연구원이 우선 차량 1대를 두고 실시하되 제조사가 요구하는 경우 3대까지 추가조사를 실시한다. 2차조사는 산업부와 환경부 산하 5개기관이 맡게 되며, 차량 3대를 추가로 조사하게 된다.
아울러 고시안은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제작사 신고연비와의 차이가 허용 오차범위 5% 안에 들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산업부 규정에 따라 연비 측정기준을 통일한 것으로 국토부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를 합산한 복합연비만 오차범위를 넘지 않으면 적합으로 인정해 왔다. 이밖에도 시험에 앞서 이뤄지는 ‘차량길들이기’는 국제기준에 맞게 사전 주행거리를 5500~7500㎞로 기존 기준(3000㎞ 이상)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공동고시안은 공포일부터 시행하되 주행저항시험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둬서 시행 후 1년이 지난 이후 제작되거나 수입되는 자동차에 적용된다. 기존 차량에 대해서는 공동고시의 공포 후 2년 6개월 이후부터 주행저항시험이 적용된다. 윤진환 국토부 자동차운영과장은 “2016년 조사 때부터 신차의 주행저항시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