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경제다 ECO is ECO]종이컵 재활용 관심 20년전만 못해…“실제 1%도 안될 것”

입력 2014-11-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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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난’ 재활용업체 폐업 속출…한국산 폐지 질 저하로 수출도 ‘뚝’

“종이컵 재활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20년 전보다도 못하다.”

폐지 재활용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어려워진 사업환경을 호소했다. 종이컵이나 우유팩을 따로 모아서 배출할 수 있는 여건은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실제로 재활용 원료로 쓸 수 있는 비율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배출되는 단계에서 형식적인 분리수거가 이뤄지다 보니 수집된 폐지의 질이 낮아졌고 그만큼 A씨 회사의 경영여건도 어려워졌다.

종이컵 등 종이폐기물의 재활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과거보다 덜해지면서 폐지재활용 업체들이 고사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적어도 환경분야에서는 개별기업의 사익과 국민 전체의 공익이 충돌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재활용업체는 공익이 증진될수록 업체도 좋아진다. 폐지재활용 업체의 경영이 악화했다는 것은 사회·경제적 낭비가 그만큼 커졌다는 뜻도 된다.

◇재활용업체 적자에 허덕여… 상당수 문 닫아 = A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흔히 ‘고물상’이라고 부르는 규모의 영세사업장이다. 회사 구성원 수는 A씨와 한국인 1명, 외국인 근로자 3명을 포함해 총 5명이다. 이 업체의 매출구조는 아파트, 학교, 공공센터 등에서 직접 폐지를 수집하거나 노인들이 주워 온 폐지를 사들인 후 이를 다시 분류해 재가공업체에 판매해 이윤을 남기는 방식이다.

A씨 입장에서는 버려지는 폐지에 오물이 많이 섞인다는 것은 단순히 일이 힘들어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일차적으로 버려진 쓰레기를 사들이는 비용은 이 업체의 ‘지출’인 반면 그 가운데 원재료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다시 선별해 재가공업체에 판매하는 금액이 ‘수입’이다. 폐지 배출은 많아졌지만 질이 떨어지면 그만큼 지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출’에 해당하는 폐지 매입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고 있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A씨는 “우리 업종 하는 사람 중에 최근 몇 년 동안 적자에 시달리지 않는 경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회사 이름만 있지 실제로는 문 닫은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환경관리공단의 환경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A씨의 회사와 같은 폐지 재활용업체는 총 98곳으로 집계된다. 이 가운데 68곳은 종업원 수가 10명이 채 되지 않은 영세사업장이다.

◇“실제 재활용 1%도 안될 것”… 대부분 소각장으로 = 경기도에 있는 한 중부고속도로 구간의 휴게소. 이곳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먹을거리는 종이컵에 담겨서 판매된다. 배출되는 종이컵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이 휴게소의 폐기물 관리자 B씨는 “종이컵을 따로 분류하는 것만 하루 30~50kg 정도가 된다”며 “경부고속도로 쪽의 큰 휴게소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이 휴게소에서 나오는 종이컵 상당수가 일반쓰레기들과 함께 그냥 버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컵에는 음식물뿐 아니라 담뱃재, 침 등이 묻어 있어 종이컵만 따로 수거하기 어렵고 깨끗이 씻는다고 해도 수거 비용이 많이 든다”며 “5톤 차에 일반 파지는 3톤 정도 실을 수 있고 종이컵은 700kg밖에 못 싣는데 누가 그 돈 받자고 종이컵을 회수해 가겠느냐”고 했다.

한해 생산된 종이컵 가운데 어느 정도가 재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없다. 민간 환경단체 등의 일부 전수조사를 통해 약 14%가량이 재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하지만 실제 폐기물을 수거하는 현업 종사자들은 그나마도 실제보다 높게 추정된 것으로 본다. B씨는 “종이컵이 재활용되는 비율이 채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 많던 수출도 뚝… 정부가 보다 관심 둬야” = 폐지 재활용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90년대의 사회적 여건이 지금보다 나았다고 말한다. 당시는 서울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가 포화상태에 이르는 등의 이슈로 쓰레기 배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많았던 때다. ‘좋은 일’을 한다는 사회적 인식도 큰 힘이 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회상한다.

비록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폐지가 수출자원이었던 적도 있었다. 값싼 펄프재료를 찾는 중국 등의 가공업체가 한국의 폐지를 선호했던 것. 하지만 최근에는 한국산 폐지의 질이 떨어지면서 수출도 뚝 끊기는 추세다. 재활용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값이 우리보다 비싸더라도 일본이나 독일의 깔끔한 폐지를 수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와 환경단체 등은 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종이컵 사용량 통계나 배출량처럼 가장 기본적인 통계자료도 없다”며 “관련 업계가 영세한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데이터를 구축해야 정교한 정책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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