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는 25일 금융·증권업계 및 교수 등 경제 전문가 3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7%가 내년 경제 상황의 핵심 키워드로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꼽았다고 밝혔다. 만성적인 수요 부족 때문에 경제 성장의 원동력인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는 구조적 침체 현상이 우려된다는 진단이다.
이어 저성장·저금리·저소비가 일상화될 것이라는 뜻의 ‘뉴 노멀(new normal)’이 두 번째로 많은 지지(28.9%)를 얻었고, 저성장·저물가·엔저가 동시 발생 및 지속되는 ‘신 3저(低)’가 뒤를 이었다.
향후 5년간 한국 경제의 경기순환 형태에 대해 경제 전문가 10명 중 6명(60.5%)은 경기가 저점에서 오래 머물다 서서히 회복하는 ‘U자형’ 성장 곡선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또 경기가 바닥을 못 벗어나는 ‘L자형’으로 갈 것이라는 응답도 26.3%에 달했으며, 탄력적 회복을 나타내는 ‘V자형’이나 ‘J자형’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내년 소비자 물가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전년 대비 2.5~3.5% 상승)의 하한선인 2%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63.2%로 우세했다. 1%대 저물가인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을 예상하는 응답도 34.2%에 달했으나, 3%대 물가 전망은 2.6%에 불과했고 ‘디플레이션’에 대한 응답은 없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위해 서비스 산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개편을(39.5%) 가장 많이 선택했다. 특히 정부가 성장 엔진인 기업·제조업에 대한 집중 지원에 나설 것(28.9%)을 촉구했다. 아울러 한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가계부채 해소를 통한 금융안정 도모’(36.8%)가 최우선 과제라는 답변이 많았다. 디플레이션 탈피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원화환율 약세 유도(34.3%)·유동성 확대를 위한 기준금리 지속 인하(18.4%) 등 확장적 통화정책도 지지를 받았다.
전경련 김용옥 경제정책 팀장은 “경기 위축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와 중앙은행의 재정·금융정책을 통한 적기 대응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투자·소비 활성화를 위한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