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 최 부총리는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지만 임금도 피크제도 잘 안된다”며 “ 노동 파트를 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고 작심한 듯 견해를 밝혔다.
최근 기재부 실무 국장이 다음달 비정규직 대책과 함께 정규직 고용 유연성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당시 정부가 정규직 해고요건을 완화하려고 한다는 논란이 일자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최 부총리의 발언으로 나이든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삭감과 해고요건 완화를 이미 기재부에서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현재 한국경제는 경기와 물가가 동반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공포에 휩싸여 있어 이번 최 부총리의 발언이 사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의 고용구조로서는 일본이 디플레이션으로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것에 정책 당국자와 일부 전문가들이 궤를 같이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정규직 대량 해고나 명예퇴직이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하고 사회 양극화도 더 커지면서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귀족 노조는 비정규직 진입장벽을 더 높게 쌓고 연례적으로 파업하며 임금 상승이 가파르게 올라갔다. 하지만 하청이나 재하청 정규직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는 귀족 노조와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 격차는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슬픈 현실이 나타났다.
그나마 600만명이 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일자리가 없어 실업 상태에 빠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치지만 벽을 깨기에는 너무 나약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사회보험 가입현황’에 따르면 월평균 임금 400만원 이상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96%를 넘고 있지만 급여가 100만원 미만인 근로자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2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숫자도 외환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로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정부가 지난 2007년 ‘비정규직 보호법’을 마련한 당시 570만3000명보다 37만4000명이 늘어난 607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현실에서 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수익성이 계속 주는 상황인데다 정규직의 높은 보호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업을 경영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귀족노조들도 자신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면서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전환을 달갑게 보지 않고 있다.
최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고용문제로 비정규직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높여주지 않고는 소비침체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을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의 귀족노조를 제외한 정규직 근로자들이 과연 정년을 보장받고 일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100대기업을 제외한 근로자의 임금을 재산정해 보면 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그렇게 높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정부가 정규직의 고용 유연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지만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 기업은 이미 해고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얼마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부당 대우로 한 경비원이 분신자살을 해 사회문제로 불거지자 이 아파트 입주민 대표단이 경비원 전원 해고 예고 통지를 한 일이 있다. 그동안 경비원 처우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이상적 목소리가 난무하다 오히려 해당 경비원들이 전원 해고 위기에 놓인 점은 대한민국의 고용 현실을 잘 드러내고 있다.
기업과 정규직 근로자 그리고 국민의 대타협 없이는 일방적인 최 부총리의 고용정책이 혼란만 가중시켜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
최 부총리의 고용 유연성 강화는 대기업 정규직보다 중소기업 정규직 근로자에게 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정부는 국민 대타협을 할 수 있는 힘 있는 정책과 설득이 있어야 현 난제들을 풀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