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둔화와 맞물려 중국 부동산시장 전망을 놓고 비관론과 낙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주택 가격 하락 등 시장 냉각이 계속되면서 중국 경제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처럼 버블 붕괴 폭탄을 맞을 것이라는 암울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정부의 다양한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중국 최대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 소우펀홀딩스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11월 100대 도시 평균 신규주택 가격은 시장 전망을 더욱 엇갈리게 하고 있다.
지난달 신규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38% 떨어져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100대 도시 중 76곳의 주택 가격이 하락해 10월의 73곳에서 늘었다.
그러나 이는 10월의 마이너스(-)0.4%, 9월의 -0.9%에 비해서는 하락폭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지난 9월 주택가격 하락폭은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가장 커 부동산 버블 우려를 키웠으나 이후 2개월 연속 시장이 완만한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 부동산 버블 붕괴 임박= 상하이 소재 차이나비즈니스뉴스는 지난달 기사에서 “중국 투자자들은 경제주기 순환에 따른 과거 글로벌 경제위기 교훈을 무시하고 있지만 중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는 시간문제이며 특히 내년에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신문은 “다른 나라와 달리 중국은 수요와 공급이 아니라 투자와 투기가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라며 “투자자들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붕괴 가능성을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인민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2년여 만에 전격적으로 인하했으나 비관론자들의 전망은 바뀌지 않았다. 피치는 중국 금리인하와 관련된 보고서에서 “소규모 주택업체들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자금조달 비용의 증가가 아니라 돈을 끌어올 수 있는 채널의 부재”라며 “금리가 인하됐다고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계약금을 현금으로 지불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하락한다 해도 시장에 뛰어들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되는 것도 중국 부동산시장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올해 부동산시장 냉각으로 철강과 유리, 시멘트 등 관련 원자재가 과잉공급 상황에 놓이면서 물가상승률 하락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의 지난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1.6%로 지난 2010년 1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보다 2.2% 하락해 32개월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앨버트 에드워즈 소시에테제네랄 투자전략가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에 디플레이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중국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 바닥 쳤다. 내년에는 회복할 것= 인민은행의 금리 인하 등 정부의 경기부양 행보에 내년 부동산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인 오스카 최와 마르코 체는 최근 보고서에서 “강한 정책적 지원과 신용완화에 힘입어 중국, 특히 대도시 부동산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인민은행은 내년 상반기 전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1%포인트 인하하고 몇 차례의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 인하도 단행해 새로운 유동성 완화 주기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버블을 막고자 주택 구매 제한 정책을 펼쳐왔던 중국 내 47개 도시 중 34곳이 올 들어 규제를 완화했다. 도이체방크의 제이슨 칭 애널리스트는 “중국 부동산시장은 앞으로 3단계에 걸쳐 회복할 것”이라며 “이번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부동산 재고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줄어들고 내년 2분기에 매매가가 바닥을 친후 하반기부터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인베스터스서비스는 지난달 말 발표한 ‘2015 중국 부동산 전망’ 보고서에서 “당국의 다양한 부양정책에 따른 모기지 확대와 투자심리 개선 등으로 중국 부동산 매매 감소세가 둔화할 것”이라며 “내년 주택 매매 감소율은 0~5%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올 들어 10월까지 주택매매 규모가 전년보다 9.9% 감소한 것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는 것이라고 무디스는 강조했다.
CIMB증권의 존슨 후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던 지난 2008년과 2012년 6월 이후 부동산 매매는 1년에서 1년 6개월간 증가세를 보였다”며 “또 주택가격은 첫 기준금리 인하 이후 1~2개 분기 안에 올랐다”고 분석했다.
◇ 시장, 붕괴도 회복도 아닌 답보 상태 보일 것= 일각에서는 내년 중국 부동산시장이 버블 붕괴나 회복, 둘 중 어느 상태도 아닌 정체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두진쑹 크레디트스위스(CS) 애널리스트는 “중국이 기준금리나 지준율을 추가로 낮출 가능성은 커졌지만 유동성이 2009년이나 2013년과 비슷한 정도로 확대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이에 내년 중국 부동산시장은 답보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