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금통위원들이 25개월째 1%대를 유지하고 있는 저물가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저물가 대응을 정책 당국의 최우선 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2일 공개된 11월 금통위(정기)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근원인플레이션율이 2개월 연속 하락해 1%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유의해야 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의 경우 10월(2.7%)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또한 8, 10월 기준금리 인하에도 인플레이션 심리가 오히려 하락한 측면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른 금통위원은 “최근의 낮은 물가상승률 추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는 2년반 이상의 저물가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저물가가 계속 연장돼 가는 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이력효과 등 부정적 효과가 점차 증가될 수 있다는 측면을 결코 소홀하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당국은 저물가 상황에 대한 대처를 가장 중요한 향후 정책과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며 “현 시점은 그간의 인플레이션 분석은 물론 정책당국의 인플레이션 대응 방식을 재평가하고 전례 없는 최근의 대내외 경제상황 변화를 감안한 새로운 인플레이션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공급측면에 기인한 저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내수회복 지연과 더불어 점차 전 부분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며 “반면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전월에 이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물가가 오를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됐다. 한명의 금통위원은 “소비자물가는 국제유가 안정 등으로 당분간 1%대의 낮은 상승률을 보이겠으나 내년 들어서는 수요 측면에서 하락 압력이 완화되고 공공요금 인상, 농산물 가격의 하락세 진정 등으로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금통위원은 엔저의 부정적 영향과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빈틈없이 대비해야 하겠지만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우려의 정도가 실제보다 과도한 면이 있어 경제주체들의 심리회복을 저해할 소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이들 위험요인을 객관적, 중립적 시각에서 면밀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시장참가자 및 일반 국민들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한명의 금통위원도 “거시지표상 경제여건이 크게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이 저하되면서 성장경로가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거시경제의 위험관리 차원에서 주요 경제현안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시에 적극적이고 정교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주체들이 보다 균형된 시각에서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