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부사채(BW) 신주인수권(워런트)이 상장기업 오너들에게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효율적인 수단으로 빈번히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지배주주들이 잇따라 자사가 발행한 BW 워런트 매입을 통해 경영권 방어 기반을 견고히 다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최근 종근당바이오 BW 워런트 80만달러를 매입했다.
BW는 투자자가 채권을 매입한 후 일정기간이 지나면 일정가격에 기업이 새로 발행하는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으로 ▲채권과 신주인수권이 별도의 증권으로 분리돼 따로 양도할 수 있는 분리형과 ▲신주인수권과 채권이 함께 표시돼 분리해 양도할 수 없는 비분리형으로 나뉜다.
이 회장이 이번에 사들인 워런트는 종근당바이오가 2001년 12월 발행했던 1500만달러 규모의 1회차 BW에 딸린 것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행보에 대해 최근 대주주로 등장한 헤르메스사모펀드를 의식한 것으로 보고있다.
헤르메스사모펀드는 역시 코로마스펀드가 보유중이던 잔여워런트 중 85만달러를 이 회장에 앞서 지난 9월26일 인수한 뒤 종근당바이오 주식 33만495주로 전환, 종근당바이오 지분을 한때 6.72%까지 확보한 바 있다.
종근당바이오 1회차 BW 워런트 행사기기간은 오는 11월11일 종료된다. 이 회장이 이번에 매입한 워런트를 신주로 교환하면 이 회장의 지분은 17.22%(신주 발행후 종근당바이오 발행주식 523만주 대비)로 늘어난다. 특수관계인 까지를 포함하면 21.01%에 이른다.
디아이 지배주주인 박원호 회장과 동생인 박원덕 부회장도 지난 17일 각각 209만주, 121만주의 디아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BW 워런트를 워런트당 13원씩 4295만원씩에 매입했다.
박 회장 등이 사들인 워런트는 디아이가 지난 1996년 6월에 발행한 1500만달러 규모의 BW에 딸려 있던 것으로 오는 2009년 6월까지 주당 2987원씩에 디아이 신주로 바꿀 수 있다.
박 회장 등의 워런트 매입은 다분히 최근 경영 참여 의사를 밝히며 지분을 11%까지 끌어올린 제너시스투자자문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너시스투자자문은 지난달 25일 ‘5% 보고서)’에서 제너시스사모펀드를 통해 9.39%(289만주)를 매입했다고 밝힌 뒤 최근까지 지분율을 11.06%(340만주)로 늘려놨다. 특히 제너시스는 디아이에 대한 경영참여 의사를 뚜렷히 하고 있다.
반면 현재 디아이 지배주주인 박호원 회장(7.14%)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은 14.84% 수준이어서 어떤 식으로든 경영권을 견고히 할 수 있는 방어장치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곧 경영 참여를 표방한 사모펀드의 등장으로 지배주주로 하여금 BW 워런트 매입을 통한 잠재지분 확보로 이어지게 한 셈이다.
박원호 회장과 박원덕 부회장이 매입한 워런트 잠재주식 규모는 현 디아이 발행주식(3072만주)의 각각 6.8%, 3.9%에 이르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