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처를 물색하던 부동자금이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으로 대거 움직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제일모직, 은행권 등에 따르면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30조원이 넘는 시중 부동자금이 몰렸다. 동시에 단기 투자자금 성격인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급감했다. 제일모직이 부동자금을 움직인 것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 일간 데이터 자료를 보면 제일모직이 일반공모를 시작하기 전날인 지난 9일 국내 MMF 설정액 가운데 5조5950억원이 빠져나갔다. 청약을 위한 대규모 자금 이탈이었다. 금투협이 일간 데이터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일간 순유출 기록으로는 최대치다.
단기 금융투자상품으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크게 줄었다. 청약이 이뤄진 9∼10일 이틀 사이 빠져나간 자금만 3조7770억원이다.
이렇게 빠져나간 시중 자금 대부분이 제일모직 공모주 청약에 몰리면서 공모사상 최대 규모인 30조원이라는 청약증거금 신기록이 나왔다. 종전 1위를 고수했던 삼성생명의 19조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시중의 부동자금이 이번 공모에 대거 몰린 배경에는 △초저금리 기조 △증시 부진 △단기 투자상품 부재 등이 존재한다. 나아가 공모주 투자의 성공 가능성이 큰 데다 수익률 역시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열풍을 몰고 왔다. 앞서 상장한 삼성SDS가 상장 이후 큰 수익을 보여준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다는 분석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넉넉한 지분율(23.2%)도 시중자금의 대이동을 부추겼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초저금리 기조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은행권 자금이 이번 청약으로 대거 이동했다”며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은 상장 이후 남아있는 청약증거금이 또 다른 투자처를 찾기 시작할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고 말했다.
KDB대우증권 등 주관사로 참여했던 증권사는 청약증거금으로 들어온 막대한 자금을 묶어 두기 위한 각종 특판에 돌입하며 자금 붙들어 매기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