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로 끝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는 양측의 쟁점 현안을 종결하지 못한 채 끝나 연내 타결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다음 협상의 진전을 위한 토대를 마련, 오는 12월 미국에서 개최 예정인 5차 협상 이후 FTA 타결의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주고 받기식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앞으로 남은 협상에서 양측은 서로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시작된 한ㆍ미 FTA 4차 협상은 협상 첫 날부터 삐걱거렸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 대표는 23일 "북한의 핵실험으로 개성공단 원산지 특례인정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확고해졌다"며 "한국측의 개성공단 생산품 '한국산'인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섬유분과에서는 미국에서 관세 개방안의 추가 수정에 난색을 표하고 원산지국 생산원칙인 '얀포워드'를 고수함에 따라 진척이 이뤄지지 못했다.
또 우리측의 주장인 자동차 관세는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미국에서 요구한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 세제개선안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다음 협상으로 미뤄졌다.
이번 4차 협상에서 미국은 공산품은 1000개의 품목에 대해 즉시 관세를 철폐키로 해 지난 3차 협상에 비해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
하지만 핵심쟁점인 자동차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측이 양보하지 않아 추후 협상과제로 남게 됐다.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이에 대해 "수출액 기준으로 자동차의 비중이 약 24%인 만큼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모두 즉시 철폐하면 즉시철폐 품목 비율이 83%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시위가 계속되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은 농산물 협상의 경우 미국측의 관세 개방안이 종전에 비해 6000만달러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토마토 등 민감한 품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측은 이어 쇠고기의 즉시 관세철폐 등 대폭적인 관세장벽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미 양측이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국 협상은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커틀러 미국 대표도 지난 23일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내년 초 타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4차 협상을 계기로 앞으로의 협상에서는 분과 차원의 회의보다는 FTA 전체협상 틀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간 이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정부분을 포기하고 다른 부분을 획득하는 식의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농산물과 섬유 등 양국간 민감사항에 대해 어떤 빅딜이 이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차 협상은 오는 12월 4일부터 8일까지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며 6차 협상은 내년 한국에서 개최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