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벼랑 끝에 선 대한민국을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공공시스템 차원에서 대한민국의 사회적 불신과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해 나아갈 것인지가 관건이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은 관련 토론회에서 “대한민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원흉은 다름 아닌 수명을 다한 공공 시스템”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 시스템의 기능 부전이 모든 문제의 뿌리이므로 공공 시스템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구조가 바뀌기 위해서는 그 구조를 구성하는 요소 간의 상호작용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 즉 사람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사람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며, 특히 공공교육시스템 개혁이 중요하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교육시스템 변화가 사회적 불신과 불안감 해소의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학은 그 나라의 질적 수준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대학이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인재를 키워 낼지가 사회 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대학 교육시스템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 대학들은 고도 성장기 속에서 산업 인력을 배출하는 통로 역할을 했기에 취업과 스펙 같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데 역점을 둬 왔다. 하지만 지금은 남과 나누고 소통할 줄 아는 인재, 사회의 고민을 함께 하는 자세를 가진 인재를 기르는 쪽으로 대학 교육시스템이 바뀌어야 하는 시대다.
모범적 사례로 미국 하버드대학은 ‘나눔과 봉사를 강조하면 사회 구성원들이 갈등 없이 함께 더불어 사는 성숙함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으로 ‘나눔’을 중시하는 교육철학을 갖고 있다.
하버드대생이 주로 지나다니는 출입구인 ‘덱스터 게이트(Dexter Gate)’에는 두 개의 문구가 쓰여 있다.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때는 ‘지혜를 얻기 위해 들어오라(Enter to grow in wisdom)’, 나갈 때는 ‘나가서는 국가와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Depart to serve better thy country and thy kind)’는 문구가 보인다. 대학에 와서는 지혜를 배우고 졸업한 뒤에는 더 나은 세상과 인류를 위해 봉사하라는 뜻이다. 하버드대는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기도 한다.
하버드대를 중퇴한 빌 게이츠가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나눔에 관대한 학교 시스템 아래 청년 시절을 보냈기에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이처럼 국내 대학들도 하버드대와 같은 교육 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국의 대학들은 지식 전달과 스펙 쌓기 분위기만 조장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성숙한 시민으로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성교육을 체계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극심한 분열을 이겨내고 점차적으로 단합을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