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소니영화사)의 ‘인터뷰’를 둘러싼 해킹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킹과 테러 위협에 ‘인터뷰’ 개봉이 무산되자 배후로 지목된 북한에 보복하겠다고 나선 것이지요.
무차별 해킹과 테러 협박에 미국이 굴복했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않기 위한 것이죠. 북한의 이런 행태는 당연히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여기에서는 이런 일련의 파문 속에서도 거의 아무런 대응방안을 취하지 않은 히라이 가즈오 소니 최고경영자(CEO)의 무능력함을 까고자 합니다. 히라이 소니 CEO의 모습을 보면 지도자가 위기상황에서 손놓고 있을 때 회사가 어떤 상황에 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첫 번째 실책은 무엇일까요. 김정은 암살을 다룬 인터뷰가 개봉됐을 때 큰 파장이 일어난다는 점을 분명히 알았음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킹된 이메일을 살펴보면 히라이 CEO는 이 영화가 논란이 될 것임을 알고 소니영화사 임직원에게 극단적인 장면을 완화 또는 삭제하도록 지시했죠. 그러나 그밖의 아무 지시는 내리지 않은 채 인터뷰 개봉에 오케이를 줬습니다. 이후 결국 소니는 해킹은 물론 영화 자체를 개봉하지 못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두 번째 실책은 해킹에 대해 방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소니는 이 문제가 터지기 전에도 여러 차례 해킹 피해를 입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 사용자 정보가 종종 털렸듯이 해커들에게 소니는 가장 만만한 타깃이었습니다. 소니영화사 퇴직 직원들은 최근 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내부에서 이미 여러 차례나 보안 취약점을 지적했는데도 회사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히라이 CEO는 이번 사태가 터진 이후에도 이런 취약점을 어떻게 고칠지 대책을 발표하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회사 내부의 ‘불통’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자 기사에서 인터뷰 관련 브리핑을 받은 도쿄 소니 본사 임원이 히라이 CEO 등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대다수 본사 임원은 언론들이 인터뷰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전에 이런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불통’은 소니가 삼성에 글로벌 전자업계 주도권을 내주고 몰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